핵사찰·동결자산·호르무즈 등… 美-이란 핵심 의제 이견 여전
“IAEA 핵사찰 합의” vs “어떠한 의무도 수용하지 않아”
이란 동결자금 해제 문제와 사용처도 제각각
언제든 휴전 틀 흔들 뇌관, 레바논과 헤즈볼라
작성 : 2026년 06월 23일(화) 17:15 가+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21일 새벽(현지 시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왼쪽) 의회 의장이 이끄는 협상단과 함께 스위스 옵뷔르겐의 뷔르겐스토크 리조트에 도착한 모습.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진행한 후속 협상에서 향후 고위급 협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양측은 제재 완화와 핵 문제, 이행 감시, 지역 긴장 완화 등 주요 쟁점을 별도 작업그룹에서 다루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협상에서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파키스탄 측은 이번 협상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고위급 위원회 설치와 추가 기술협상 개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고위급 위원회는 향후 협상 과정을 감독하고, 각 작업그룹의 논의 결과를 보고받는 역할을 맡는다.
양국 수석 협상대표들은 핵 문제와 제재, 감시·분쟁해결, 기타 이행 관련 사안을 다루는 작업그룹을 이끌며 세부 조율에 들어가기로 했다. 알자지라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와 고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 국제 사찰 범위, 제재 완화 일정 등이 앞으로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핵 사찰 문제를 둘러싸고는 미국과 이란의 설명이 엇갈렸다. 미국 측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란은 핵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양보를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가 뒤따랐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인도·판매를 오는 8월21일까지 허용하는 일반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해상 안보와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양측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연락채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레바논 내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충돌방지 기구도 별도로 두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간 휴전 협상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서로 상대방의 공격에 맞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산발적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되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해상봉쇄가 가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상봉쇄는 폭탄 투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말했다.
언제든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해상봉쇄 카드를 꺼내들겠다고 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서 트럼프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충돌이 뇌관이 되어 협상의 기조를 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란 해외 동결자산 해제 문제도 협상 의제에 포함됐다. 가디언은 카타르 은행 계좌에 묶여 있던 이란 자산 일부와 관련한 별도 양해각서가 체결됐다고 전했다. 실제 해제 규모와 사용 조건은 추가 협의와 미국 내 정치적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의 핵포기 이행에 연계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것으로 양해각서(MOU) 등 만으로 먼저 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해 마련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의 후속 절차다. 외신들은 이번 기술협상이 양측의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핵 사찰 범위와 제재 해제 속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레바논 긴장 완화 방안 등을 60일 안에 정리해야 하는 만큼 향후 고위급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