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언급 피한 中시진핑… 북한-러시아 밀착 견제 의도
중-러 회담 ‘역대 최고 수준 협력’ 강조에도 북러 접근 민감
中의 북핵 묵인… 북러 접근 견제 위해 불가피할 수도
작성 : 2026년 06월 09일(화) 16:55 가+가-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만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가장 큰 목적과 의도는 북한과 러시아간의 밀착을 견제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견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달 19∼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에서 만난 뒤 한 달도 안돼 이뤄졌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하는 북러 관계를 중국으로서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시 주석 방북의 가장 배경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심지어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접근을 권고해 북러간에 틈을 벌이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중국의 이런 속내를 알고 있을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반대 급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 허용 등 경제 협력도 있지만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받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8일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2년 전 북한과 상호방위 군사조약을 체결한 러시아의 영향력에 맞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조약 이후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병력과 포탄을 보내고 석유, 식량, 무기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안보상으로도 러시아라는 뒷배를 얻었을 뿐 아니라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어 대중 의존도를 낮췄다.
북한으로서는 시 주석 방문을 통해 중러 사이에서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오랜 균형 외교의 또 다른 장을 여는 것이어서 시 주석의 방문을 적극 환영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서방 외교 소식통들은 BBC에 중국은 북러간 협력 관계 심화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 조사에 따르면 약 2300명의 북한 군인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 정책 전문가 안킷 판다 연구원은 “중국은 북러간 관계가 급속도로 긴밀해지는 시기에 북한에 대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시 주석 방북의 의미를 설명했따.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북핵을 지지해서 분란이 되면 미국이 이 지역에 더 깊이 관여하고 동맹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5일 CSIS 팟캐스트 ‘캐피털 케이블’에서 시 주석의 방북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접근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빅터 차 석좌는 한 발 나아가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을 다시 한 자리에 모으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조금 떼어놓으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선임국장을 지낸 에드가 케이건 전 말레이시아 대사도 “중국은 북한이 불편할 정도로 러시아와 더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이 부분적으로 북한 때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YT는 8일 북중 정상회담 후 나온 발표문에 북한 핵이나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이 “지역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는 것만을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과거에는 외교 회담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종식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언급이 양측 모두에게 관례였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방문했을 때 이후로는 그러한 언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공동 성명에서도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 경제 제재, 무력 및 압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구절만 포함됐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