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임금’을 “임의적립금”으로 ‘명칭 바꿔’ “산자부” 주관으로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06월 08일(월) 16:15 가+가-

정부가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나누는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첫걸음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노동부의 긴급 ‘토론회’가 경영계의 반발로 잠정 연기되면서, 과연 이 제도가 현실적인 대안인지 아니면 시장 경제를 흔드는 탁상공론인지에 대한 논란만 뜨거워지는 형국이다.
사실 명칭 자체도 민주주의가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연대임금’이라는 논의를 하겠다는 발상부터 왠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시행함직한 느낌이 들고, 자본가나, 주주, 경영자가 선의라는 기본 가치를 전제로 공론화되어야 하는 조심스러운 ‘의제’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끌어가는 부서를 고용노동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것이 사회적인 동의를 얻어 내기에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것과 명칭도 ‘사회연대임금’보다는 경영자나 노동계가 공히 수용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꾸면 보다 합리적인 담론(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회연대임금’이란 무엇인가?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회연대임금’의 핵심은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을 억제하고,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재원으로 삼아 저임금·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1950~1970년대 스웨덴 경제의 전성기를 이끈 ‘렌-마이드네 모델(Rehn-Meidner Model)’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통해 한계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시키고, 유망 산업으로 노동력을 이동시켜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했던 분배 정책이다. 이론은 그럴싸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우리 현실하고는 괴리감이 큰 통치 논리에 가깝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에 올라선 우리가 단세포적인 논리로 접근할 경우 담론을 이끌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삼성전자의 사례는 우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교훈이 되고 있다. 초과이윤 분배를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국가의 세제 지원과 수많은 협력업체의 희생이 결합된 사회적 총 노동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를 ‘노동사회연대기금’ 형태로 전환하여 산업 전환 교육이나 취약 계층 복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대 여론은 그렇지 않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패권 장악을 위해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 전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이윤을 배분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꺾는 몰상식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스웨덴의 모델 역시 대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자본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으며 결국 폐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경영계에서는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는 잉여 이익의 활용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논의해 보자고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노동부가 거론하고 있는 초과이윤은 ‘임의적립금’과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 ‘임의적립금’이란 투자 등 미래의 특정 목적을 위해 이익금 중 일부를 사내 유보금으로 남겨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이익의 80~90% 이상을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해 놓고 있다. 황인태 중앙대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 원이라고 해도 미래 투자에 100조 원을 쓸지, 200조 원을 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초과이익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자한 주주와 경영 성과를 낸 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인프라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초과 이윤을 공공의 것으로 보는 논리는 세금을 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인프라를 이용하는 기업에 대한 이중 과세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분배 압박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소극적인 경영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그는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이기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첨단 패키징 기술은 여전히 TSMC가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소, 부, 장 생태계는 대만과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는 투자와 R&D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사회연대임금’ 논의에 참고해야 될 줄로 생각한다.
반도체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윤을 불황기에 대비한 연구·개발(R&D)과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에 쏟아부어야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고용노동부 주장에 맞춰 이윤을 임의로 쪼개기 시작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업 이익 활용의 최우선 원칙은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라며 “투자와 혁신의 속도가 주춤하는 순간 미래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임의적립금’은 차라리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보다 합리적인 접근을 하면 노, 사, 정을 비롯한 국민이 만족해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