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장기화 대처 방안은?”
문재홍 광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인문·교양 교육 강사
작성 : 2026년 06월 07일(일) 16:33 가+가-

고물가 시대의 장기화, 이제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가 오랜 저물가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고물가의 일상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나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흔들렸다면, 최근의 고물가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코로나19 이후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긴장, 에너지 가격 상승, 고환율,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는 이러한 충격이 국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식료품 가격 상승, 전기·가스 요금 인상, 교통비 증가, 외식비 부담 확대는 이제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현실이 되었다. 문제는 고물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긴급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가 전략과 국민 생활 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요구된다. 첫째, 에너지 자립률을 높여야 한다.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곧바로 물류비와 생산비가 상승하고 이는 전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고물가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태양광, 풍력, 수소에너지, 해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친환경 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생존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또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현실적 논의도 필요하다. 감정적 찬반 논쟁을 넘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냉정한 국가 전략이 요구된다. 에너지 가격이 흔들릴 때마다 국민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식량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세계 각국의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식량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곡물 수출 제한 조치가 이어질 경우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밀과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식량 안보는 이제 군사 안보만큼 중요한 국가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 보호 정책이 중요하다. 고물가 시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서민과 중산층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만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원자재 가격과 임대료,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단순 현금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지원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공공요금 조절, 세금 부담 완화, 대출 이자 부담 경감, 교통비·통신비 절감 정책 같은 생활 밀착형 대책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 화폐 활성화와 골목상권 보호 정책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 중심 소비 구조 속에서 지역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결국 지역 경제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또한 주거 안정 정책 역시 중요하다.
고물가 시대에는 단순 제조업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우주항공, 이차전지, 로봇 산업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기술 경쟁력이 높은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체의 체력이 강해질 수 없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연구개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무역 국가다. 따라서 외교력과 경제 협상력은 곧 국민 생활 안정과 직결된다.
국제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역사를 돌아보면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왔다.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 기술이 발전했고, 금융 위기 이후 디지털 산업이 성장했다. 지금의 고물가 역시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 인기 정책이 아니라 장기 국가 전략이다. 눈앞의 물가만 잡으려 하기보다 왜 반복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는지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10년, 20년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대한민국은 이번 위기를 또 하나의 도약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