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이 강함을 만든다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06월 03일(수) 15:58 가+가-

새는 가장 강하게 바람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태풍으로 부러진 나뭇가지에 부서지지 않는 새집이 붙어 있는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강한 바람 속에서 새들이 집을 짓듯 혹독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희망은 자신과 미래에 대하여 기대를 품게 하며 열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원망은 미래를 어둡게 만들어 절망을 부르지만, 희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변화를 갈망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 희망을 삶에 구체화하지 않으면 망상입니다. 마음 밭에 절망과 낙망과 원망의 잡초가 돋아나지 않도록 품고 있는 희망을 가꾸어야 합니다.
미국의 노예해방을 가져오게 하는 데 큰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은 스토우 부인이 쓴 ‘엉클 톰스 캐빈’ (Uncle Toms Cabin) 즉 ‘톰 아저씨의 오막살이’라는 책입니다.
스토우 부인은 이 책에서 흑인 노예들이 부모 자식들 간에 다른 곳으로 팔려 가면서 슬퍼하며 애통하는 광경을 잘 묘사해서 당시 미국 사람들의 양심을 찔러 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 사람들 양심이 흑인 노예를 해방시켜 줘야 되겠다는 각성을 하게 되었고 아브라함 링컨이 이를 단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스토우 부인이 결혼을 하고 단란하게 사는 중 귀여운 딸을 낳고 이 딸을 무척 사랑했는데 그만 갑자기 그 딸이 죽었습니다. 절망하여 살 수 없을 만큼 슬퍼하다가 자기는 죽어서 이별하는 것도 이렇게 슬픈데 흑인 노예들은 살아서 부모·자식 간에, 형제들 간에 생이별하는데 얼마나 더 슬프랴,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책 ‘엉클 톰스 캐빈’을 쓰게 된 것입니다. 연약할 때 남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이태리의 문호 단테(Dante)가 불후의 명작 ‘신곡’을 써서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게 한 것은, 그가 부잣집에서 태어나 지식도 많고 정치도 잘하다가 정치 싸움에 패하여 멀리 도망가서 고독한 삶을 살게 되었을 때입니다. 단테는 이런 고독 속에, 고통스러운 타향 생활을 하는 중에 천당과 지옥의 환상을 보고 이 ‘신곡’을 썼던 것입니다. 자기가 연약할 때 남을 도울 수 있는 은혜를 받게 됩니다. 즉 육신의 고통으로 영혼의 뼈대에 철근을 넣어 강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노르웨이에 한 어부가 있었습니다. 그 어부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다에 자주 나갔습니다. 그는 두 아들이 좋은 어부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화창한 봄날 삼부자는 낚시 준비물을 챙기고 어머니는 점심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어부의 아내는 선창까지 나가서 삼부자를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그처럼 맑은 날씨가 갑자기 음산해지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캄캄해지면서 폭풍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삼부자가 탄 조그마한 배는 쉴 새 없이 곤두박질했습니다. 맹렬히 배를 때리는 파도와 싸우는 그들은 방향을 도무지 잡을 수 없었습니다. 밤이 왔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절망의 밤이 밀려왔습니다.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구나.”
그때 둘째 아들이 “아버지 저쪽이에요. 저 점점 커지는 불기둥을 보세요. 우리는 살았어요.” 삼부자는 희망을 품고 필사의 힘을 다해 포구를 향해 노를 저었습니다. 가까스로 포구에 도착한 삼부자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환성을 지르고 달려와야 할 어부의 아내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여보, 우리가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는데 당신은 기쁘지 않소?” 남편의 이 말에 그녀는 울먹이면서 “여보 오늘 저녁때 우리 집 부엌에서 불이 나 집이 다 타버렸어요. 저만 이렇게 살아남았어요. 여보, 죄송해요.”
그 순간 어부의 입에서는 “아하”하는 탄성과 함께 “그러니까 그 불이 우리 집 타는 불기둥이었구나. 그러나 그 불기둥 때문에 우리 삼부자가 살아난 걸. 여보 우리가 방향을 잡지 못해 파도 속에서 몇 시간 이리저리 밀리면서 난파 직전에 있었는데 불기둥을 보았었지. 우리는 불을 보고 노를 저었지. 그래서 우리가 살아온 거야. 너무 상심하지 마오. 우리가 이렇게 살아 돌아왔으니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