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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지혜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05월 20일(수) 16:20 가+가-
영국 유전학자 프란시스골턴. 그는 우생학의 창시자로 사람의 능력이나 성질은 유전 때문에 결정되므로 유전자를 잘 조합하면 완벽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어느 날 시골 장터에 갔는데, 황소 몸무게를 맞히는 퀴즈 대회가 열렸다. 6실 양씩 낸 뒤, 각자 황소 몸무게를 종이에 적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몸무게와 가장 근접한 답을 쓴 사람이 모든 돈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날 대회에는 총 800명이 참가했는데, 통을 열어 확인해보니 몸무게를 정확히 맞힌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득 호기심이 생긴 그는 사람들이 적어 낸 숫자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글씨 판독이 불가능한 13장을 뺀 787장에 적힌 숫자를 모두 더해 787로 나누었더니 1,197파운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황소의 실제 몸무게였습니다.
프란시스 콜턴은 크게 뉘우쳤습니다. 단 한 사람도 황소의 몸무게를 맞히지 못했지만 여러 사람의 판단이 모이자 정확한 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함께 하면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던 지혜가 생기고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농부가 새를 잡기 위해서 여기저기 그물을 쳐놓았습니다. 어느 날 여러 마리의 참새들이 그물에 걸려 잡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물에 걸린 참새 가운데 한 마리가 외쳤습니다. “이대로 잡힐 순 없다. 살아야 한다. 자아, 우리 모두 동시에 힘껏 날아올라 이 그물을 저 큰 나무에 걸어 보도록 하자. 그러면 우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참새떼들이 동시에 힘껏 솟구쳐 날아올랐습니다. 그러자 그 무겁게 쳐져 있던 그물이 움직였습니다. 참새들은 그물을 큰 나무에 걸고서 모두 빠져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참새처럼 모두가 한 곳에 힘을 합하면 힘든 일도 잘 풀리게 마련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의 속뜻을 실감이 나게 합니다. 주어진 일에 체념만 하고 앉아 있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에 ‘레드우드’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사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에는 우람한 적송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한 더위와 가뭄 때문에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 사막에 어떻게 레드우드 공원과 같은 숲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물을 주기도 하지만, 여러 나무가 함께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많은 나무가 함께 자라면서 바닥엔 늘 그늘이 지고 습기의 증발이 억제되어 나무가 죽지 않고 숲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 울창했던 밀림의 나무들도 한 그루씩 자꾸 베어지면, 앞에서 경우와는 반대로 점차 땅이 보습(保濕) 기능을 잃고 메마르게 되어 나머지 나무들도 전부 말라 죽고 맙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이웃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 혼자만 잘 살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할 때, 레드우드 공원의 숲처럼 사막도 옥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잘 살기 위해 힘쓰는 것보다 서로를 사랑하며 보람있게 사는 일일 것입니다.
어떤 “평화로운 바다 마을”에 크고 사나운 물고기가 나타나 좀 컸다 싶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습니다. 포식성이 강한 이 물고기는 심지어 “그물을 감지하고 피하는 지혜”를 갖춘 물고기까지 잡아먹었습니다. 그 때문에 아주 작은 물고기들만 남았습니다. 어느 날 어부가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 결과 이 “크고 포악한 독재자”만 잡혔습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너무 작아 그물 사이로 다 빠져나간 것입니다. 큰 물고기는 그물 사이에서 몸부림치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가를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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