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운명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05월 06일(수) 16:36 가+가-

저의 어머니는 14살 때 차가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저를 출산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전 뉴욕의 거리를 전전했고 무료 급식과 쓰레기를 뒤지며 굶주림을 해결했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게 길거리에서 키워졌습니다.
값싼 모텔과 노숙자 쉼터를 찾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고 대부분 차가운 길바닥과 냄새나는 뒷골목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집 주소는 언제나 뉴욕 어느 동네의 식당 뒷골목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이름은 ‘노숙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 공부가 좋았습니다. 가진 것 없는 제가 그나마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더 읽고 한 번 더 생각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텐트촌에서 어머니와 저는 두 모녀가 감수해야 할 위험한 시선을 참아내며 필사적으로 학교에 다녔습니다. 12학년을 다니는 동안 자그마치 12곳의 학교를 옮겨 다니며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 달에 5권의 책을 읽었고 뉴욕의 모든 신문을 정독했습니다. 거리의 길바닥은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공부방이었습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마침내 하버드생이 된 카디자 윌리엄스 꿈이 생겼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나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는 꿈. 우리 가족이 더 이상 남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꿈. “노숙자 주제에 대학은 꿈도 꾸지 마라.” 사람들은 항상 같은 말을 했습니다. 저는 노숙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머리를 단정하게 했고 옷도 언제나 깨끗하게 입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11학년이 되었을 때는 어머니께 이사하더라도 더 이상 학교는 옮기지 않겠다고 부탁했습니다.
대학에 가려면 저에 대해 잘 아는 선생님의 추천서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학교에 갔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돌아갔습니다.
평균 4.0에 가까운 학점을 유지했고 토론 동아리 참여, 육상팀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학교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모든 곳이 저에겐 배움의 장소였습니다.
이런 저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복지단체들이 장학금으로 저를 도와주기 시작했고 사회단체에서 절 지켜봐 주었습니다. 절 믿는 사람들이 생긴 것입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 인생과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전 결국 브라운과 컬럼비아, 암허스트 등 미 전역의 20여 개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아냈습니다.
“그녀를 합격시키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제2의 미셸 오바마를 놓치는 실수를 하는 겁니다.”
카디자 윌리엄스! 노숙자였던 저는 지금 하버드의 4년 장학생입니다.
“전 저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에 언제나 자신감을 가졌어요. 남들이 ‘노숙자니까 그래도 돼.’라고 말하는 걸 너무나도 싫어해요. 전 가난이 결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제 이름은 카디자 윌리엄스입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저를 노숙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공부가 좋았습니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업신당하지 않는 삶, 타인에게 본이 되는 삶. 이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나의 이름은 카디자 윌리엄스. 이렇게 당당하게 인생을 꾸려가는 것, 우리가 해결해야 할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요??
최근에 인지심리학과 뇌 과학이 발달하면서 아주 이상한 이론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그 사람이 자라면서 받은 영향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되며, 우리가 매 순간 내리는 결정까지도 당시의 상황으로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론적인 이론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들도 마찬가지로 했었습니다. 스토아학파의 창시자인 제논은 인간의 모든 일은 신들의 힘과 의지로 결정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인간에게는 체념과 순응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한번은 그의 노예가 제논의 돈을 훔치다 발각됐는데, 다음과 같이 변명했습니다.
“저를 때리거나 벌하지 마십시오. 저는 돈을 훔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지 운명의 희생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제논은 더욱 화를 내었습니다.
“나도 너를 때리고 싶어서 때리는 것이 아니다. 네 말처럼 나도 화가 나서 너를 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다.”
인생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권한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스스로 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