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6·3 지방 선거는 끝나도, 갈등은 남는다
문재홍 광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인문·교양 교육 강사
작성 : 2026년 04월 05일(일) 16:11 가+가-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선거 당일이 아니라, 선거 이후에 있다. 특히 시·군 단위의 지역사회에서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선거는 끝났지만 사람 사이의 감정은 끝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역 공동체는 분열되고, 행정은 비효율에 빠지며, 주민 간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정치적 경쟁이 아니라 ‘승자독식 구조’와 ‘감정의 정치화’에 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한 명의 당선자를 중심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다. 패배한 쪽은 철저히 배제되고, 지지자들 또한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선거가 곧 ‘전쟁’이 되고, 상대는 협력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대안으로 중선거구제가 꾸준히 거론된다. 한 지역에서 두 명 이상을 선출하는 방식은 다양한 의견이 의회에 반영될 수 있게 하고, 특정 세력의 독점을 완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경쟁은 유지하되 공존의 여지를 남기는 제도다. 실제로 중선거구제는 정치적 다양성과 협치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이 제도 하나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패자 완전 배제’라는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그러나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문화’의 변화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를 철저히 공격하고, 선거 이후에도 그 감정을 지속시키는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후보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의 발언과 태도가 이후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이 일시적인 표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 대가는 지역 공동체의 붕괴로 돌아온다. 또한 선거 이후 ‘화합의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선자가 선거 직후 ‘통합 선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낙선자와 지지자들을 포용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역 단위의 협치 위원회나 갈등 조정 기구를 상설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주민 의식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정치인을 비판하지만, 그 정치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유권자다. 감정적 지지와 맹목적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선거는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이 어떻게 나아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만큼 갈등의 상처도 깊고, 회복도 더디다. 이제는 승패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그 꽃이 지역사회를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경쟁은 짧게, 통합은 길게. 이것이 우리가 지방선거 이후 반드시 붙들어야 할 원칙이다. 군 단위 지역의 선거는 도시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긴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촘촘히 얽힌 공동체에서 한 번 갈라진 관계는 단순한 정치적 차이를 넘어 일상의 단절로 이어진다. 마을회관에서도, 경로당에서도, 심지어 가족 간에도 ‘편’이 갈리는 현실. 이는 더 이상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회 문제다. 이처럼 군 단위에서 갈등이 극단화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관계가 가깝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선거 후 서로 마주치지 않아도 되지만, 농촌에서는 매일 얼굴을 본다. 그렇기에 선거 과정에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오랫동안 기억되고 감정으로 축적된다. 여기에 승자독식 구조까지 더해지면 패배한 쪽은 철저히 고립감을 느끼고, 갈등은 고착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관계 회복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풀리기를 기다려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첫째, 선거 직후 ‘화해 의례’를 제도화해야 한다. 군수 당선자가 공식 취임 이전에 낙선자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이나 ‘통합 선언식’을 갖는 것이다.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제는 싸움이 끝났다”는 신호를 분명히 줘야 한다.
둘째, 마을 단위 ‘갈등 조정 리더’를 세워야 한다. 이장, 원로, 지역 유지 등 신망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중립적 조정자 그룹’을 구성해 갈등이 격화된 마을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행정이 개입하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내부의 신뢰 자본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공동의 이익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갈등을 없애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같이 이익을 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을 공동사업, 농산물 브랜드 개발, 축제 운영 등을 통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보다 이해관계에서 더 빨리 움직인다.
넷째, 군 단위에서는 특히 네거티브 선거가 치명적이다. 상대를 공격하면 표는 얻을 수 있지만, 그 사람과 그 지지자들과는 이후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 후보자에게 ‘선거 후 책임’을 묻는 문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 비방이나 과도한 갈등 조장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평가하고 기록하는 장치도 고려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주민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정치는 지나가지만 사람은 남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편이 아니라고 해서 배제하는 순간, 결국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로 돌아온다.
선거는 잠깐이지만, 마을과 주민은 평생이다. 이 단순한 사실 진실을 생각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