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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 보이는 남의 떡과 소지역주의
김평석 전)광주시의회 전문위원.광주시의회 입법평가위원
작성 : 2026년 03월 29일(일) 16:21 가+가-
전남·광주 통합은 이제 더 이상 구상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특별법 공포 이후 통합특별시 출범 준비는 2026년 7월 1일을 목표로 현실의 궤도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행정체계를 새로 세우는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의 시선은 통합의 큰 방향보다 먼저 “무엇이 어디로 가느냐”에 쏠리고 있는 듯하다.
청사의 기능과 행정거점, 새로 세워질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그렇다. 통합 논의는 이제 단순히 제도를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넘어, 행정의 중심과 미래 의료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하나가 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있는데도 마음은 다시 오래된 경계선 위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다. 실제로 더 큰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내 몫은 작아 보이고 남의 몫은 더 또렷해 보이는 심리 말이다. 지역 문제에서는 이 감정이 더욱 예민하게 작동한다.
저쪽에 청사가 가면 우리는 주변이 되는 것 같고, 저쪽에 의대가 가면 우리는 또 한 번 뒤로 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정책은 상징이 되고, 상징은 다시 체면의 문제가 된다. 공공의 언어는 가늘어지고, 소속의 언어는 두꺼워진다.
사람에게 장소는 단순한 땅과 건물이 아니다. 살아온 시간과 기억이 쌓이고, 소속감과 자존심이 얹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청사나 대학, 병원의 위치는 단순한 행정 배치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한쪽은 중심이 된다고 느끼고, 다른 한쪽은 소외된다고 느낄 수 있다. 장소를 둘러싼 갈등이 숫자와 효율만으로 풀리지 않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광주와 전남의 역사에는 이런 감정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광주는 1986년 11월 1일 직할시로 승격하며 전남에서 행정적으로 분리됐다. 전남도청은 2005년 남악으로 이전하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광주 청사 시대를 접었다. 이 이동은 단순한 사무 공간의 이전이 아니었다. 한쪽에는 오랫동안 중심이었던 기억이 남았고, 다른 한쪽에는 어렵게 현실이 된 행정 중심의 감각이 자리 잡았다. 그러니 오늘의 행정거점 논쟁은 단순한 주소의 문제가 아니다. 기억과 상징, 지역의 자존이 만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의대 문제는 이런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흔든다. 정부는 전남 국립의대 정원 100명을 2030년 개교 일정과 연결해 추진하고 있고, 전남도는 2028년 조기 개교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핵심은 단지 의대를 세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언제 열고 어디에 두며 어떤 방식으로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울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마저 “누가 가져가느냐”의 경쟁으로만 좁혀질 때, 공공의료의 과제는 금세 지역의 깃발로 바뀌고 만다. 의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보다 어느 쪽이 더 많이 얻는가가 먼저 부각되기 시작한다. 행정거점 논쟁이 지역의 자존을 건드린다면, 의대 논쟁은 지역의 미래와 생존을 건드린다. 그래서 더 뜨겁고, 더 쉽게 감정의 언어로 흘러간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선거의 계절은 감정을 더욱 쉽게 달군다. 선거는 원래 미래를 설계하는 경쟁이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오래된 불안과 경쟁심을 가장 손쉽게 동원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가져오겠다”는 말은 짧고 강하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 말은 동시에 다른 지역의 상실감과 반발도 키운다. 정책은 얇아지고 구호는 두꺼워진다. 그렇게 되면 통합은 협력의 전략이 아니라 더 큰 규모의 쟁탈전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애초 통합의 뜻은 그런 데 있지 않았다. 통합은 떡을 다시 자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작아지는 지역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판 자체를 키우려는 선택이어야 했다. 수도권 일극체제와 인구 감소, 지역소멸의 압박 속에서 광주와 전남이 함께 더 큰 행정·산업·교육·의료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 통합의 본뜻이었다.
그런데 이를 공동의 미래 전략으로 보지 않고, 행정거점과 의대 문제를 권역별 전리품의 시선으로만 보기 시작하는 순간 통합은 사람을 묶는 이름이 아니라 서로를 더 예민하게 만드는 이름이 된다. 함께 가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서로를 더 경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 감정을 무시하는 일이 아니다. 지역민의 자부심과 상실감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 그 감정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공동의 미래를 향한 힘으로 바꾸어내는 일이다.
성숙한 정치는 “내가 그것을 가져오겠다”는 말로 박수를 받는 데 머물지 않는다. 왜 그 시설이 그곳에 가야 하는지, 그 결정이 전체 공동체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다른 지역의 상실감은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행정거점은 효율과 접근성, 역사성과 상징성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의대 문제도 선거 구호가 아니라 의료 취약성과 교육 여건, 공공의료 효과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해서 지역의 미래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함께 차릴 밥상을 넓힐 때에만 비로소 미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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