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의 성패는 청년을 붙잡느냐에 달려 있다
김평석 전)광주시의회 전문위원.광주시의회 입법평가위원
작성 : 2026년 03월 15일(일) 15:59 가+가-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광주와 전남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이 지역이 과연 청년이 머물고 돌아오는 곳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통계는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서 광주는 전국 시·도 가운데 순유출률이 가장 높은 -1.0%를 기록했다. 같은 해 호남권 전체 순유출은 1만 5919명이었고, 그중 20대 순유출이 1만 5760명으로 가장 컸다.
특히 광주는 1만 3678명이 순유출됐는데, 20대 5227명과 30대 2807명이 빠져나가 청년층 유출이 두드러졌다. 전남은 전체적으로 1334명 순유입으로 돌아섰지만, 20대는 여전히 순유출이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광주·전남의 위기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청년 유출의 위기다.
광주의 현실은 이미 구조적 경고음 단계에 들어섰다. 광주시는 인구영향평가 연구를 통해 현재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2년 광주 인구가 120만 명대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의 총량보다 구조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5년 70.9%에서 2052년 52.5%로 급감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7.9%에서 38.8%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청년이 빠져나가고 고령화가 가속되면 지역경제의 역동성, 소비시장, 세수 기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남도 안심할 수는 없다. 행정안전부는 전남 16개 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있고, 호남지방데이터청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남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0.32로 ‘위험 진입’ 단계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3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고, 고위험 지역의 청년 비율은 10.4%, 청년 순이동률은 -5.29%에 달한다.
전남은 전체 인구 흐름에서 일시적 순유입이 나타났다고 해도, 청년 정착 기반까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장년층 유입이나 생활인구 증가만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인구구조를 되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정부와 광주·전남은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시행령 제정과 조직·재정·자치법규 통합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
통합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묶는 것만으로 청년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통합이 청년 유출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미래전략이 아니라 쇠퇴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에 머물 수 있다. 그래서 통합의 핵심 목표는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청년 정착의 회복이어야 한다.
이제 지방선거의 정책 경쟁도 달라져야 한다. 누가 더 많은 사업을 나열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통합 이후 5년의 청년 정착 로드맵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를 겨뤄야 한다.
첫째,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초광역 청년 일자리 시장으로 묶어야 한다.
광주의 AI·미래차·첨단산업, 전남의 에너지·바이오·해양·농생명 산업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대학-직업훈련-인턴-첫 취업-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합형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청년 입장에서는 행정 경계가 아니라 “이 지역 안에 내 일자리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통합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둘째, 청년 정착은 일자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거, 교통, 문화, 돌봄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광주 도심과 전남 주요 거점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통합 교통체계, 직주근접형 청년주택, 창업과 문화가 결합된 생활거점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전남이 추진 중인 ‘생활인구 생생생 프로젝트’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출발점으로 의미가 있다. 2025년 3월 기준 전남 인구감소지역 16개 군의 등록인구는 70만 명, 체류인구는 278만 명으로 생활인구가 348만 명에 달했고, 생활인구 통계는 2026년부터 지방교부세 산정에도 반영된다. 하지만 이제는 ‘찾아오는 전남’을 넘어 ‘머무는 전남’, 더 나아가 ‘정착하는 광주·전남’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활인구 전략이 청년 정착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 활력은 일시적 체류에 머물 수 있다.
셋째, 광주와 전남은 같은 처방을 써서는 안 된다. 광주의 우선 과제는 양질의 일자리와 도시 매력 회복이다. 전남의 우선 과제는 일자리와 함께 의료, 교육, 교통, 돌봄 같은 필수 생활서비스를 지켜내는 것이다.
특히 소멸 고위험 지역에는 보여주기식 청년 유치 사업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부모를 돌보며 계속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지역소멸 대응은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이며, 청년정책도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정착정책이어야 한다.
넷째, 통합 이후에는 성과를 숫자로 관리해야 한다. 광주·전남 청년 순유출을 몇 년 안에 얼마나 줄일 것인지, 지역대학 졸업생의 지역 정착 취업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청년 주거 공급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주요 거점 간 통근시간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공약에 명시돼야 한다. 측정되지 않는 약속은 대개 실행되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선언의 경쟁이 아니라 실행계획의 경쟁이어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의 진짜 평가는 청사 위치나 조직 규모로 결정되지 않는다. 청년의 주소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말해 줄 것이다.
청년이 떠나는 통합은 실패한 통합이고, 청년이 돌아오는 통합만이 미래를 여는 통합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광주와 전남의 청년이 이곳에서 배우고, 일하고, 살고, 아이를 키우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대책이다. 통합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은 청년을 붙잡을 실행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