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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늪에서 벗어나는 지혜 한 수 배워 보기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6년 03월 03일(화) 16:24 가+가-
요즘 한국 사회의 공기를 만지면 한결같이 깔끄럽다. 거리와 지하철, SNS 어디서나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이 일상처럼 이어진다.
특정 인물 이름만 나와도 혐오가 폭발하고, 대화는 순식간에 공격으로 번진다. 계엄 정국과 탄핵 과정이 지나며 분열은 깊어졌다. 정치뿐 아니라 종교와 일상 언어까지 이념의 색깔로 물들었다.
개신교 일부가 극우로 치닫는다는 소리가 크지만, 실제 조사를 보면 착시라는 통계도 나온다. 2025년 자료로다. 극우 비율은 21.8%이며 국민 평균 21% 수준이다. 고령 남성 목사·장로가 목소리를 독점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광훈 같은 극단파 반대 여론도 60%가 넘는다. 젊은 층의 여성 목회자는 배타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 방역 반대, 반페미 구호와 같은 이미지는 바닥 쳤다고 분석한다.
역사를 보면 분열의 시대일수록 길은 관용에서 자라나는 지혜를 보게 된다.
프랑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7세기 종교전쟁으로 피로 물든 나라는 ‘톨레랑스(Tolerance)’라는 정신을 세우며 공존을 배웠다.
드골 대통령은 1960년대 좌익 지식인 사르트르의 거친 비판에도 탄압하지 않았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라는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의 토론 문화는 상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반박하면서도, 인격을 공격하지 않는 성숙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2026년 현재도 시위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그렇지만 토론으로 자연스러운 일상화의 현실로 받아들인다.
미국의 매카시즘을 극복한 역사도 참고할 만하다. 1950년대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 아래 사회는 공포에 휩싸였으나, 아이젠하워 정부는 의회 청문회를 통해 극단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양당제의 균형 속에서 이념보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되살린 것이다. 지금의 미국도 극우 대중영합주의가 위세를 보이지만, 중도 세력이 균형추 구실을 하며 사회적 붕괴를 막을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 극우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다.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는 대화와 중재의 힘을 보여준다. 수십 년간 이어진 종교·민족 분쟁은 1998년 ‘벨파스트 협정’으로 멈췄다. 핵심은 제삼자의 중립적 중재였다.
영국, 아일랜드, IRA가 한자리에 앉아 양보를 끌어낸 과정은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이념의 벽을 허물려면 ‘승자 독식’ 모델이 아닌, 신뢰 기반의 협상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이념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종교와 정치’가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 개신교 극우 이미지는 일부 고령 남성 중심의 과잉 대표성에서 비롯된 착시다. 젊은 목회자와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치 개입을 끊어야 신앙의 본질이 회복된다. 종교가 사랑과 공동체의 언어를 되찾을 때, 사회 통합의 기반이 마련된다.
정치 또한 진영 논리를 버리고 정책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부터 반대 진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청회, 국민투표, 시민위원회 등이 그 출발점일 것이다.
미디어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알고리즘이 극단적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사실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중도층 시민이 온라인 토론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사회적 균형을 회복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변화는 개인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너는 내 편이냐”는 질문을 버리고, “그 생각은 왜 그런가”를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부터 톨레랑스의 가치를 가르치고, 복지와 공정한 경제를 통한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드골의 관용, 아이젠하워의 절제, 미첼의 중재가 보여주듯 사회 통합은 결국 사람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지금 한국은 다시 길목에 서 있다. 서로 손을 내미는 것, 다르더라도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이념의 늪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먼저 사랑을 제일주의로 문을 여닫는 종교계가 빠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살고, 종교도 살고, 정치도 살아가는 방향의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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