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 반대가 아니라 두려움의 문제다
김평석 전)광주시의회 전문위원.광주시의회 입법평가위원
작성 : 2026년 02월 01일(일) 16:19 가+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그 법적 기반이 될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1월 30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되면서, 통합 논의는 더 이상 책상 위의 구상이 아니라 현실의 입법 절차로 들어섰다.
논의의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이제 통합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다.
광주와 전남은 역사적으로 하나의 권역이었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분리된 것은 급격한 도시 성장과 행정 효율성이라는 당시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분리는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광주는 도시 중심의 인프라와 산업 기반을 빠르게 정비할 수 있었고, 전남은 농수산과 에너지 등 지역 강점을 중심으로 발전 전략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분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계 또한 분명해졌다. 광역 교통망 구축, 산업 연계, 청년 유출과 인구 감소 같은 과제는 행정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였지만, 협력은 늘 부분적이고 사후적일 수밖에 없었다.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었지만, 문제의 성격은 이미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 통합 논의가 다시 힘을 얻는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특별법안 제출 이후 상임위 심사와 본회의 처리를 염두에 둔 입법 일정이 거론되면서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행정적 절차에만 매달릴수록 시민들은 자연스레 질문하게 된다. 이 통합이 과연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대신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은 두려움이다. 지역의 정체성이 희미해지지는 않을지, 예산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지, 지금보다 더 소외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불안이다. 이는 통합을 거부하는 언어라기보다,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된 질문의 언어에 가깝다. 이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통합은 제도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민의 삶 속에서 광주와 전남은 이미 하나다. 전남에서 광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가 있고, 광주에서 전남의 농수산물을 소비한다.
대학과 병원, 산업단지는 오래전부터 행정 경계를 넘나들어 왔다. 나뉘어 있는 것은 생활이 아니라 행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통합 논의가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해진다. 통합 이후 시민의 하루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출퇴근 시간은 줄어드는가, 의료 접근성은 나아지는가, 청년의 선택지는 넓어지는가.
광주·전남 통합은 행정 실험이 아니라 삶의 재설계다.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이해와 참여다.
공무원과 정치인이 설계한 통합이 아니라, 시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한 통합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공개와 공론화, 그리고 주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통합을 말하기에 앞서 시도민의 두려움부터 듣는 일, 그것이 광주·전남 통합의 진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