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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격차(隔差)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오기(傲氣)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12월 22일(월) 16:14 가+가-
28년 전인 1997년 11월 21일 오후 10시 정부 1 청사에서 임창열 재정경제원 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유동성 조정자금 200억 달러 이상을 IMF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이른바 외환위기를 공식 선언한 셈이었다. 국민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막 정권을 이아 받은 김대중 정부가 국정운영의 시험대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난세에 영웅이 난 것처럼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기극복의 장본인으로 등극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로도 우리 사회를 괴롭힌 최대의 이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의한 ‘격차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실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와 빈부격차 심화가 더욱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단순히 지나친 불평등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와 빈곤이 세대를 넘어서 대물림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대 간 계층이동성이 낮아지고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려운 사회, 곧 ‘장벽사회’가 고착화되고 있어 복합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장벽 너머에는 기득권층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어, 장벽을 넘어 성공 가도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현실 앞에 3포 세대가 등장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중이 90% 가까이 수직상승 하고 있고, 본인과 자식 세대 사이의 계층 대물림이 다시 커지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저 출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부로 느끼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사실 2015년경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 ‘수저계급론’, ‘노~력’, ‘이생망’ 등의 신조어가 대거 유행하였는데, 이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였다.
이는 지나쳐서는 안 되는 준엄한 ‘경고’로서 소득과 자산 양극화의 고착화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는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이념이 다른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국가이다. 북한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비현실적인 김 씨 세습국가이다. 핵으로 무장되어 있는 강대국처럼 보이지만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아직은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북한을 마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우리의 체제가 북한보다 우월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행복해하고 있음을 삶 가운데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요즘 진영 논리에 갇혀있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은 위기 상황이 아닌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삶의 행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고, 정치는 짓밟고 짓밟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북한주민들이 알고 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독이다. 상대방을 경쟁자가 아닌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혐오함으로써 정치적 대화와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합리적인 논리와 이성적인 토론 대신, 감정싸움과 동물적인 적대감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고, 정치인들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극렬 지지층의 요구에 끌려가게 되면서 정치의 본질인 조율 능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소득과 정치의 양극화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관계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소득 격차사회는 민주주의의 안정성과 시민 참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통합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득분배를 위한 구조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처럼 노후 복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소득격차가 심한 사회라 할 찌라도 행복을 누리는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은퇴 후에도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젊었을 때의 소득이 많고 적음을 가지고 다투고 싸우겠는가? 그러므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과 재산이 많은 재력가들로부터 세금을 즐겁게 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누리는 ‘선한 권한’임을 모두가 공유하자. 이를 위해서는 모두의 삶에 불만이 없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하여 격차가 많은 사회라 할 찌라도 ‘갈등’이 없는 사회가 도래하도록 ‘정부’가 노력을 집중하자. 성서 사도행전은 “모든 물건을 서로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로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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