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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의 575조 투자, 광주는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류명호 한국폴리텍 대학 스마트전기자동차과 교수
작성 : 2025년 12월 21일(일) 16:03 가+가-
삼성그룹 450조 원, 현대차그룹 125조 2천억 원.
최근 두 그룹이 발표한 초대형 국내 투자 계획은 한국 산업 구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그린에너지라는 세 축이 향후 산업 경쟁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다. 전통 제조 중심의 경쟁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에너지 효율 중심의 경쟁으로 이동하는 이 흐름 속에서, 광주광역시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로 압축된다.
“광주는 이번 변화의 흐름을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
이 질문이 결코 추상적인 수사가 아닌 이유는 광주가 지난 10여 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기반 때문이다. 광주는 AI 산업융합 집적단지와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첨단3지구 조성, AI 메가샌드박스, 자율주행·모빌리티 실증 인프라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구호만 앞선 ‘AI 도시’가 아니라, 인프라·제도·기업 생태계를 함께 갖춘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선도형 혁신 도시다.
이제 삼성과 현대차가 미래차, AI, 수소, 그린에너지를 축으로 국가 단위의 산업전환 전략을 제시하면서, 양대 그룹의 중장기 투자 방향과 광주의 도시 전략은 자연스럽게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광주도 준비돼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 거대한 투자 구조 속에서 광주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지역 산업과 일자리, 기업 생태계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삼성의 최근 행보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FlaktGroup)를 인수했으며, 국내 생산라인 후보지 중 하나로 광주 첨단산단이 거론되고 있다. 공조기술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 첨단 공장의 열관리를 책임지는 핵심 영역으로,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전략 기술이다. 플랙트의 중앙공조 기술과 삼성의 개별 공조 기술이 결합되면 고부가가치 AI 공조 솔루션이 탄생하게 되고,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할 테스트베드 도시가 필요해진다.
광주는 이미 AI 데이터센터와 집적단지를 통해 ‘AI를 계산하는 도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공조기 생산과 실증 기능이 더해진다면, 광주는 ‘AI 인프라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자율주행 실증 인프라, 로봇·센서 시험 환경은 공조 설비에 AI를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 공조’ 기술을 시험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이다. 광주 첨단3지구를 ‘AI+공조+피지컬 AI 특화 지역’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지역 부품·기계·제어 기업을 연계한 ‘삼성·광주 동반성장 패키지’를 제안할 시점이다.
현대차의 투자 방향 역시 광주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125조 원 가운데 50조 원 이상을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로보틱스, 수소, AI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전남 서남권 수소 클러스터 조성 계획까지 더해지며 광주·전남 산업 지형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광주는 기아차 공장과 GGM이라는 국내 유일의 복수 완성차 생산 기반을 가진 자동차 도시다. 여기에 AI 집적단지와 자율주행 실증 인프라가 결합된다면, ‘미래 모빌리티를 실제로 달려보며 검증하고 생산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광주가 현대차에 던져야 할 메시지는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광주 전체를 SDV·자율주행·수소 모빌리티 실증도시로 활용해 달라”는 제안이어야 한다. AI 메가샌드박스와 AI·모빌리티 신도시 구상을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과 정식으로 연동하고, 국가 차원의 AI 모빌리티 시범도시·미래차 혁신 클러스터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모든 전략을 지탱하는 핵심은 규제, 데이터 개방, 그리고 산업 생태계다. 광주는 도시 전체를 실증 환경으로 설정하는 ‘메가 샌드박스 도시’, AI 학습 데이터를 과감히 개방하는 ‘데이터 규제프리 도시’를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대기업이 투자 도시를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실증 친화성과 데이터 접근성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역 기업들이 SDV, 센서, 배터리, 로봇 등 미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동 R&D와 테스트베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전략의 기반은 인재다. 인공지능사관학교, GIST, AI영재고로 이어지는 광주의 인재 자산을 ‘광주에서 키우고, 광주에서 채용하는 인재 사다리’로 완성해야 한다. 대기업 투자와 직결된 인턴십, 채용 연계, 창업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번 삼성과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광주에 단순한 성장 기회가 아니라 산업전환의 분기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광주는 산업을 ‘유치하는 도시’를 넘어, 미래 산업을 ‘설계하고 검증하며 생산하는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향후 10년, 대한민국 산업 지도에서 광주의 위치는 바로 지금 이 시기의 결단과 실행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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