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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충성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12월 10일(수) 16:20 가+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음악 작품을 남긴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생애는 그의 작품처럼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를 키워준 형이 있었지만, 그는 자기가 먹여 살려야만 되는 동생을 몹시 미워하였습니다. 그 후 어른이 되어서도 생활은 마찬가지로 어려웠습니다. 결혼한 지 13년 되던 해 부인이 죽었습니다. 또다시 결혼하게 된 그는 모두 스무 명의 자녀를 갖게 되었는데, 그중 열 명은 어려서 죽고 말았습니다. 다른 한 명은 스무 살쯤 되어 죽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정신 박약아였습니다. 나이가 많아지자 이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뇌일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계속 작곡하였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을 만큼 웅장하고 장엄한 찬양과 경배와 감사의 노래들.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이토록 비참하게 살았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독실한 루터교 신자로서 세계역사상 교회 음악 작곡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요한 세바스찬 바하입니다. 그가 이처럼 심오한 믿음과 찬양의 세계를 알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그가 인생의 고난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칸타타나 오라토리오의 마지막 부분에 항상 S.D.G. 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습니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 (Soli Deo Gloria!) 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의 첫 번째 글자들입니다. 올갠을 위한 합창 전주곡들은 ‘지극히 존귀하신 하나님께’ (The most High God!) 바치는 곡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갠 반주만을 위한 작품들의 첫 부분에는 I.N.J. 즉 ‘예수 이름으로’ (In Nomine Jesus ; In the name of Jesus) 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바하는 물론 유명한 올갠 연주자였으며 훌륭한 작곡가였습니다.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일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바하의 삶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1711∼99)는 1735년 25세에 등극하여 황제로 60년, 태황제로 4년 도합 64년을 통치한 분입니다. 그가 1760년께 신장 위구르족을 정벌하고 카슈가르족 왕의 정혼녀 향비(香妃)를 전리품으로 얻었는데 향기 나는 미녀란 뜻의 이 향비가 자금성에 갇혀 온갖 호의호식을 마다하고 오직 고향 카슈가르 음식을 먹고 위구르 복장을 고집하면서 항상 비수를 품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를 딱하게 여긴 황태후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죽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향비의 애틋한 사랑의 일편단심이 애절함을 넘어 존경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자금성의 온갖 부귀영화도 그녀의 일편단심을 꺾지 못해 끝내 향비는 숨을 거두고 그녀의 소원대로 고향 카슈가르에 안장되었습니다.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마이클 코스타 경이 하루는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시키고 있을 때 일어났던 이야기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한 사람인 피콜로 주자가 연주하다가 옆을 보니 트럼펫 부는 사람은 크고 높은음들을 웅장하게 잘 내고. 뒤를 보니 드럼을 치는 사람도 신나게 한 몫을 단단히 하는 것 같고. 앞에서는 바이올린도 그 아름다운 선율로 자랑하는데. 나는 도대체 이 조그만 악기로 빈약한 소리만을 내고 있으니 불어보았자 들리지도 않을 걸 차라리 없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피콜로를 불지 않고 부는 시늉만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마이클 코스타 경은 지휘하다가 말고 전 오케스트라를 중지시키고 “피콜로는 어디 있지.” 하면서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인 청중이야 어느 파트인지 큰 것 작은 소리를 분간할 수가 없다지만 지휘자의 귀는 다릅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은 큰 악기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꽝꽝 울리는 소리와 미미한 모기 같은 소리 모두가 조화될 때 하나의 웅장하고 감동적인 음악이 되는 것입니다. 지휘자는 여러 사람이 입을 열어 불지만. 불고 불지 않는 것 모두를 듣고 있고 세미하게 주시하고 있으므로 알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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