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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환율’ 조절기능은 있다? 없다?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12월 01일(월) 16:19 가+가-
전직 교사였던 후배에게 본인이 집필한 수필집을 한 권 받았다. 이것을 받아 들고 필자는 모처럼 은행나무 거리를 걸어가며 노란 낙엽을 밟으면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 마침 그때 평소 가까이 지냈던 사업하는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들은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사이에 두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를 잠시 가질 수 있었다. 사업 안부를 묻는 질문에 후배 왈,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이 쉽지 않다는 푸념으로부터 시작하여 결국은 왜 우리 정부는 환율이 이렇게 치솟아도 가만히 두고 보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넘치는 정보들로 인해서 지금의 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리스크가 클 것으로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오르고 또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많은 수입제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는 결국 국내 물가 수준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또한 기업이나 정부가 해외로부터 빌린 해외채무의 실질적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역대 최장 기간 계속되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단기간 보유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치고 빠지는 전략이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상대적으로 동학개미들이 큰 손들의 사이클을 맞추지 못해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또한 한미 관세협상으로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가 예정돼 있는 점도 환율 관리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후배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밖에 없었다. 환율 조절기능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다, 없다 로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 또한 미미하여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환율조정효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환율 개입은 항상 미국의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 지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동반하기 때문에 환율 방어 조치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경우, 미국이 감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염려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보이지 않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조정되도록 맡기는 경우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환율조정 기능은 없다고도 말할 수 없고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까지 치솟자 정부가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 모색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는 기사가 주요 일간지에 게재되기도 하였다.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과 관련, 국민 노후 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데다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환율 안정책으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방안이다. 달러 공급량이 늘면 원화 가치가 올라 원, 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원리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비중 축소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올해 486조 4260억 원으로 기금 운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8%다. 2015년 69조 9360억 원(13.7%)에서 10년 새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일시적 고려는 가능하나 기금 운용 원칙이나 장기 수익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 국내총생산(GDP)이 반등하지 않는 한 고환율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왜냐면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무기는 초강대국이라는 군사력 외에도, 관세, 빈곤국에 대한 원조, 거대한 자본, 그리고 통화금액의 88%나 되는 달러가 세계 5대 기축통화라는 점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문제도 재정위험을 감안해서 적절한 규모를 투입하는 디테일한 계산이 필요하며, 해외로 우리의 자본이 과도하게 유출되는 과열된 주식투자, 기업의 해외 투자행위 등을 자제하는 절제정신이 요구되며, 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국민들도 꼭 필요한 금액만을 송금하는 자제력을 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 욕심을 낸다면 꾸준한 경제성장을 통한 경제 강국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나라사랑 정신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는 교훈하고 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이는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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