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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인생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11월 19일(수) 15:45 가+가-
로마 제국이 목욕탕으로부터 망하기 시작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정 말기에 로마에는 850여 개의 욕장에서 하루 7억 50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했다 합니다. 그중 큰 것은 12만 5000 제곱미터로, 230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 욕장이 대리석 모자이크와 은괴(銀塊)로 수도꼭지를 만들 정도로 사치를 극했다고 기번의 《로마 제국 흥망사(興亡史)》에 씌어 있습니다.
이 욕장에는 운동 시설이라는 미명으로 공을 가지고 겨루는 도박장이 있어, 여기서 ‘운동’을 하고, 증기탕<사우나>, 온탕, 냉탕을 거쳐, 벌거벗은 젊은 여자 노예에게 마사지시킨 다음 디귿자형 침상에 엎어져 마시고 먹어댄다. 마시고 먹는 동안 무희가 춤을 추고, 곡예사가 곡예를 하며, 방랑 시인이 시(詩)를 읊는다. 그러다가 먹이가 목까지 차면, 거위 털로 목구멍을 간질여 토해 내고는 또 먹기를 거듭했던 것입니다.
당나라가 기울기 시작한 것도 바로 현종(玄宗)의 이궁인 화청궁(華淸宮) 옥련탕(玉蓮湯)에서 비롯되었음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발굴한 이 못은 다섯 잎의 옥으로 만든 연꽃 화심(花心)에서 온천물이 솟아오르게 되어 있으며, 용뇌향(龍腦香)을 탕 물에 풀고 옥으로 만든 용과 물고기를 띄웠습니다.
욕조 둘레에는 금은보석을 눈부시게 박은 금수(金繡) 융단을 둘러놓고, 30명으로 된 소년 소프라노의 합창을 들으며 양귀비(楊貴妃)가 목욕했던 것입니다. 반란을 일으킨 안록산이 맨 먼저 이 옥련탕을 메워버린 것은, 바로 민원(民怨)이 이 욕탕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의 망명 후, 그가 살던 말라카냥궁이 공개되었는데, 부인 이멜다가 쓰던 욕실만도 천장을 대형 거울로 장식하고, 고급 프랑스 향료 10가지를 욕향(浴香)으로 쓴 것이 양귀비의 화청궁 욕실과 다를 바 없었음도 망국과 목욕 사치의 함수를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볼테르는, 같은 값의 돈이라도 물에 담가보면 가라앉는 돈과 뜨는 돈이 있다고 말했다. 곧, 피땀 흘려 번 돈은 물에 가라앉고, 노름해서 모은 돈과, 뇌물로 쓴 돈은 둥둥 뜰 것입니다.
죠지 W. 트루엣 박사가 텍사스의 부유한 석유업자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박사를 옥상으로 인도하여 석유 탑을 가리키며 “박사님 저것이 모두 내 것입니다. 25년 전 나는 맨손이었지만 이제는 당신이 보시다시피 끝도 없는 유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동쪽의 가축 떼를 가르쳤고, 또 서쪽에 있는 처녀림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때 잠자코 있던 박사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하늘을 가리키며 “친구여, 이 방향으로는 얼마나 가졌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부끄러움에 그만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부자의 후회 한 부자의 임종을 지켜보던 그의 작은딸은 크고 강하게 보이는 아버지가 평소와는 달리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침대 위에 누워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드디어 그 부자가 막바지에 이르자 그 딸은 “아버지, 멀리 가실 거예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기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얘야, 그렇단다. 나는 너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구나”라고 말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멋진 집과 친구들이 많아요?” 그 말을 듣고 성공했다고 자부했던 그 부자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겨우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사업을 일으킨 나이건만 저세상에서는 가난한 빈털터리로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부자와 같은 고백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하워드 휴즈는 65세 무렵에 약 25억 불의 재산을 모은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돈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햇빛이 완전히 차단된 깜깜한 방에서 살았습니다. 이 얼마나 우울한 일입니까! 텁수룩한 수염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엉클어진 머리, 긴 손톱 등 육체적으로 그의 몸은 이미 파산 상태였습니다. 그가 한 일이라곤 병균이 두려워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것뿐이었지요. 그는 결국 화학 약품에 중독되어 일흔두 살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인간이 그의 영혼을 잃어버린다면 그 모든 보화를 얻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사람이 가진 소유의 정도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부자(富者)와 현자(賢者)를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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