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로가 통하지 않는 사회
장여환 전라남도 킥복싱협회 회장
작성 : 2025년 11월 16일(일) 15:42 가+가-

고려 명종이 어느 날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속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이 민가를 한 채 발견하고 하룻밤을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은 집이 누추하고 대접할 음식도 변변치 않으니 조금만 더 가면 주막이 있을 테니 그곳을 가보라고 원했다.
그런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명종의 궁금증을 자극 했다.
대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와이로 유아무아 인생지한”
즉 개구리는 백로의 먹이인데 나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 오로지 인생의 한이요.
도대체 이것이 무슨 뜻일까?
명종은 개구리가 뜻하는걸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고 그날 밤 명종은 집주인이 말한 주막에 도착해서 주모에게 그 외딴집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주모는 그 사람이 과거시험에 여러 번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서 책만 읽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궁금증이 발동한 명종은 다시 그 집으로 찾아가서 간곡하게 사정하여 하룻밤을 묵기로 했고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있는 집 주인에게 궁금하던 글귀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집주인은 그 글귀는 자신의 처지를 적은 것 이라며 그 의미를 이야기해 주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까마귀가 있었는데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보고 까마귀가 자신과 노래시합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백로를 심판으로 세우자고 했다.
노래를 잘하기는 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 사합을 제의하니 가소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시합에 응했고 3일 동안 목소리를 정성껏 가꾸었다.
정작 노래 시합을 제안한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하지 않고 자루를 들고 논두렁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고 개구리를 백로에게 뇌물로 주었다.
며칠 후 시합 날이 돌아왔고 꾀꼬리와 까마귀 노래 시합에서 개구리를 뇌물로 먹은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이규보 선생이 임금에게 불의와 불법으로 뇌물을 갖다 바친 자에게만 과거급제의 기회를 주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 이였다.
이때부터 와이로란 말이 생긴 것이다.
이규보는 자신의 실력은 나무랄 데 없는데 과거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는 이유가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명종임금이 살펴보니 산골선비의 품격이나 지식이 나름대로 나무랄게 없어보였고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신세인데 며칠 후에 임시과거가 있다하여 개성으로 가고 있으니 집주인도 함께 가자고 권했고 임금은 궁궐로 돌아와서 국자감에 특별과거시험을 치르게 했다.
임금이 궁으로 돌아와 어명으로 치르게 한 그 특별과거시험의 시제는 ‘유아무아 인생지한’ 이였다.
이에 이규보는 명종임금을 알아보고 있는 곳 을 향해서 큰절을 올리고 답을 적어서 장원급제로 등용하여 후일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
이 일로 ‘와이로’라는 말이 세상에 알려졌고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우리사회 ‘와이로가 통하지 않는 사회’가 정착되어 투명하고 밝은 사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