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조작설’과 ‘팩트풀니스’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5년 09월 28일(일) 16:09 가+가-

유엔은 ‘지구 온난화가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탄소 농도의 산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지구 가열화’로의 진입을 뜻한다.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후변화는 전세계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온난화 방지와 기후변화 해법을 향한 유엔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것이 소위 기후변화 음모론(Climate Change Conspiracy Theory)의 일종인 ‘허구설’이다. ‘허구설’은 인류가 배출한 CO₂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과장되었거나, 일부 세력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조작이라고 보는 비주류 견해다. 이에 반해 대부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이며, 현실적으로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론’의 입장에 선다.
실체를 바로 보고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양자에 대해 편견 없이 사실을 밝히는 ‘사실 충실성’(factfulness)에 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조작설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허구인가에 밝혀야 한다. 인류의 환경문제는 결코 막연한 느낌을 사실로 오인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 ‘조작설’과 ‘현실론’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핵심 물음에 답하기 위해 팩튜얼니스에 입각하여 ‘조작설’을 분석하여야 한다. 우리의 주제와 관련하여 주기적 자연순환설과 정치·경제적 조작설, 저개발 국가의 성장 방해 등을 중심으로 들여다보자.
첫째 주기적 자연순환설은 ‘조작설’에서 제기되는 유력한 주장이다. 인간 활동과 무관하게 지구가 오랜 세월 동안 주기적인 기후변화를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지구 공전궤도 변화와 태양 활동, 화산 폭발 등이 그것이다. 곧 수십 년간 기온 상승의 원인이 인간 활동이 아니라 자연계 변동에 있다는 것이다. ‘밀란코비치 주기’로 불리는 궤도 변화는 10억년 주기로 변하는 지구 공전궤도나 4만 1000년 주기로 변하는 자전축의 기울기 혹은 2만년 주기로 바뀌는 자전축 방향이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11년마다 태양 에너지가 가장 줄어드는 태양 극소기에 접어들면 지구 기온이 자연히 내려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밀란코비치는 최소 수만 년의 장주기 운동이어서 수십 년간 급격히 오른 지구 온도를 설명하지 못하며, 또 태양 활동도 기껏해야 0.1∼0.2도 정도 영향을 준다는 게 과학계 공통된 의견이다. 화산 활동 또한 다량의 CO₂와 SO₂의 방출로 온도 상승이나 하강에 관여한다. 그러나 기후 공학에 따르면 이는 인간 활동에 비하여 100분 1 정도로 일시적이며 부차적 영향에 불과하다. 이러한 입장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존 클라우저나 대기과학자 리처드 린즌,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 등 저명한 학자들, 한국의 극우적 인사들이 주장하는 일반화의 오해와 편견이다.
둘째, 지구온난화가 “일련의 정부, 과학자, 기업들이 만든 가짜 위기이며, 돈벌이 수단이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항공우주국, 미해양대기청 등의 기관이나 IPCC 등이 정치적 목적(환경세, 국제 조약 등)을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였다는 설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검증된 기후 데이터와 다수의 연구 결과, 그리고 과학적 합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의 공식 기구인 IPCC 마저 과학이 아니라 정치에 의해 움직이는 기관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정보 확증 편향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경제, 정치,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한 매체로 확산되는 조작설에 대해 과학적 팩트를 근간으로 철저히 검증하여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더구나 조작설의 배경에 탄소세, 화석연료 규제 등으로 타격을 입는 석유·가스 업계의 경제적 이해에 매몰되거나 전기차, 태양광, 탄소배출권 같은 녹색 산업의 이익 때문에 온난화가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은 조악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개도국이 화석연료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의 원인 제공자는 선진국이었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말은 화석연료로 실컷 재미를 본 선진국이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막기 위한 선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의 ‘발전과 빈곤 퇴치’라는 명분으로 석탄 발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만큼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이고, 이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 또한 에너지와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빈부격차를 이유로 화석연료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최대 피해자는 최빈곤층이 될 것임이 틀림 없다. 무엇보다 세계를 선진국과 개도국 양극체제로 보려는 ‘간극 본능’에서 벗어나 세계의 75%의 국가가 중진국이라는 다각적 관점에서 자원와 부를 독점하는 선진국들의 승자독식을 해체해야 한다.
끝으로 ‘사실충실성’은 허구설 못지않게 현실론의 근거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가 미국을 추월한 중국이며, 인도가 독일보다 많다고 하여 기후변화 주범이 중국과 인도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1인당’ 배출량이 아닌 ‘총’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은 소위 ‘크기 본능’의 오류가 내재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탄소 배출은 총량보다 1인당 비교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에 관한 관습적 편견이 오해와 갈등을 낳고 기후 완화와 적응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와 같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억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학계는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실제 과학계에서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 코넬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는 과학적 합의가 99.9%에 이르렀음을 밝혔다. 이는 과학계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사실상 종결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데이터’에 의해 편견을 넘고 사실을 밝혀낼 때 우리는 기후 위기를 넘어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