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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과 험담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9월 24일(수) 15:45 가+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의 한 대학에서 젊은 어떤 교수가 강의 시간에 어떤 질문을 한 다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오른손을 들라고 했습니다. 모든 학생이 다 손을 들긴 들었는데 그런데 유독 교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한 학생만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들었습니다. 분명 오른손을 들라고 했는데 왼손을 드는 그 학생을 보고, 교수는 그 학생이 나이가 어린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물은 다음, 오른손을 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학생은 여전히 왼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진 교수는 그 학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왜 오른손을 들라 했는데 왼손을 드느냐고, 교수가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이냐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그 학생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님! 저는 전쟁 중에 팔을 하나 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학생의 말에 젊은 교수는 너무도 미안하여 그 학생의 왼손을 붙잡고 사과했다고 합니다.
그 젊은 교수는 자기의 눈에 보이는 그 학생의 왼손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국을 위해 생명을 걸고 전쟁터에 나갔던 그 학생의 애국심과 그 전쟁터에서 팔을 잃었던 그 학생의 아픔과 그런데도 낙심치 않고 내일을 위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 학생의 건강한 의지는 보지 못하고, 그 보이는 것만 가지고 기분 나빠했던 것이고 분노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은 부족한 존재이고, 아는 것이 한정된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형제를 비방해서는 안 됩니다.
살인은 한 사람을 죽입니다. 그러나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험담을 퍼뜨린 자신과 험담의 주인공과 험담을 들은 사람이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용기와 희망을 주지만, 남을 비방하고 험담하면 결국 그 말이 상대방의 귀에 돌고 돌아서 들어가게 되고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결국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의 허물을 들춰내어 상처를 주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신중하게 처신하며 말을 아낍니다. ‘비판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험담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라고 말하였습니다. ‘두루 다니며 험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니 입술을 벌린 자를 사귀지 말지니라’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글 중에 <집 지은 사람의 잘못일까?>라는 것이 있습니다. 톨스토이가 어렸을 때, 그의 집에는 매우 좋은 도자기들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그 도자기들을 아끼며 소중히 여겼습니다. 톨스토이의 여동생은 그 도자기 중에서도 가장 예쁜 것을 달라고 오랫동안 아버지에게 졸랐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것을 선뜻 딸에게 내어줄 리가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여동생은 또다시 아버지에게 그 도자기를 달라고 강력히 졸라대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주루 주룩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쯤이 되자 아버지는 딸을 향해, “그래,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니 그것을 가지렴.”이라고 하였습니다. 여동생은 그 도자기를 손에 꼭 움켜쥐었습니다. 오빠에게 보여주고 자랑도 하며 또 약을 올려주려고 오빠 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빠 방을 향해서 뛰던 여동생은 그만 문턱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손에 들고 있던 그 도자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습니다! 여동생은 깨져 조각난 도자기를 바라보면서 소리를 내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을 지은 사람이 누구예요? 누가 우리 집을 이렇게 지어서 저를 넘어지게 했단 말이어요?” 제 잘못, 제 실수는 탓하지 않고, 그렇게 좋은 집을 지은 건축자를 탓하고 원망하는 이 여동생을 기억하며 후일 톨스토이는 ‘건축자의 잘못일까?’ 라는 글을 썼습니다. 배스 데이의 ‘세 황금문’이라는 책에는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 세 개의 좁은 황금문을 지난 뒤 말하라! ‘그것은 사실인가?’ ‘그것은 필요한 이야기인가?’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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