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최소 30억’ 산재 제재 등장에… 노·사·전문가, 모두 ‘신중’
건설사 영업정지·면허 취소 요건 확대… ‘공공입찰 제한’도 강화
노동계 “환영하지만 사문화 우려”… 경영계 “경제 위축 불가피”
작성 : 2025년 09월 16일(화) 16:01 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강도 높은 제재를 도입한다.
정부는 “일회성 처방으로 그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제재 수위를 놓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실효성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의 산재 감축 의지에 따라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산재와 관련해 연일 기업 책임 강화를 강조해왔다.
올해 들어서만 4명이 사망한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가 하면, 끼임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SPC를 직접 찾아 산재 원인으로 지목된 ‘장시간 노동’ 근절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줘야 한다거나, 주무부처 장관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직을 걸라”는 말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매일 모든 사망사고 보고를 다 받고 있는데,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안 죽었을 사고가 너무 많다”며 “추락사고를 보면 높은 데서 반드시 단단한 고정물에 신체를 결박하라고 돼 있는데 이걸 안 한 거다.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건데 안 하고 또 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몇 번째 지적한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던데, 사용자들은 신경을 아직 안 쓰는 것 같다”며 “징계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감옥을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고용된 사람이 잠깐 감옥 갔다가 나오고 재산 피해 없고 위자료 좀 주면 되니까 계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산재 대책의 특징은 ‘경제적 처벌’ 강화다. 윤석열 정부가 제재가 아닌 자율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정부는 안전을 비용으로 보고 조치를 소홀히 여기는 관행을 끊겠다는 것이다.
우선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대한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연간 근로자 해당 3명 이상이 발생했다면 과징금 대상은 공장이 아닌 본사다. 그리고 공장 세 곳에서 각각 근로자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해도 법인으로 보면 3명이기 때문에 역시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정부는 과징금 기준을 영업이익의 5% 이내를 제시했는데, 사망자 수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부과할 방침이다. 부과된 과징금은 산재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될 예정이다.
과징금 하한액은 30억원으로 설정됐다. 영업이익의 5%가 30억원 미만인 법인의 경우도 근로자가 연간 3명 이상 숨지면 3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30억원을 하한액으로 둔 이유는 제가 몸 담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나 한국전력공사(한전)과 같은 공공부문에 부과될 때를 대비해 정액으로 포함시킨 것”이라며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법 제도화가 될 때까지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징금이 곧바로 부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부과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당정이 연내 입법을 추진하고 과징금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구체적인 과징금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제재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 시와 중대재해법 판결 시 관련 사실을 지체 없이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비상장회사는 모회사가 공시한다. 공시 위반 시에는 벌점이 부과되고, 벌점 크기에 따라 제재금·매매거래정지·관리종목지정 등 조치가 가능하다.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 제재는 한층 강화된다.
현재는 ‘동시 2명 이상’ 사망 시에만 요청할 수 있었던 건설업 영업정지 요건은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된다.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도 강화되며,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한 건설사는 등록말소 요청도 가능해진다.
공공입찰 참가 제한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3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특히 민자·민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까지 입찰 제한 대상이 된다. 입찰 제한 기간 역시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아울러 안전 확보를 위해 충분한 공사기간을 부여하도록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하고, 도급 계약 시 하청업체들이 안전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적정공사비’ 산정이 의무화된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노사 모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재 기자 jhty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