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우고 있지만, 결코 잊지 않았다”
9월3일까지, 브리티갤러리서 허달용 작가 개인전
작성 : 2025년 08월 04일(월) 16:41 가+가-

허달용 작가의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가 브리티갤러리(김태희 대표)에서 8월 4일부터 9월3일까지 한달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구조적 침묵을 회화적으로 드러낸다. ‘삭제’와 ‘침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손끝으로 직접 지워지고 덧입혀진 추상적 화면 속에, 잊혀진 것들과 목소리를 잃은 이들에 대한 애도를 담아낸다. 전시 제목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 ‘예레미아(Jeremiah)’에서 따왔다. 그는 멸망 직전의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비탄의 노래를 불렀던 인물이다.
작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현대의 예루살렘’처럼 바라보며, 고통과 무너짐,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침묵의 무게를 화면에 투영한다.
작품은 대부분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전개되며, 일부는 강렬한 원색과 흐름,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린 표현이 특징적이다. 이는 회화가 단지 시각적 재현을 넘어, ‘몸으로 말하는 기록’임을 암시한다.
흰색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말소된 진실’이며, 작가의 손가락은 그것을 지우고 또 드러내는 양날의 도구로 작동한다. 이번 전시는 단지 회화의 물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에 대한 시각적 질문이며, 잊히는 존재를 위한 애도와 기억의 장치이다.
작가노트 중 “내 눈은 눈물샘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멈추지 않는다”-예레미아애가 3:49 역사는 반복되지만, 고통은 언제나 새롭다고 작가는 말한다.
허작가는 “예레미아는 무너져가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울었고, 그 통곡은 시간의 심연을 지나 오늘의 우리에게도 닿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복잡한 통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너진 신뢰, 침묵하는 공동체, 분열된 사회,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하루들. 그 속에서 나는 예술가로서의 책무를 생각했습니다. 고발이 아니라, 예언도 아닌, 기록으로서의 탄식.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한 사람의 다짐, 작품속에 담아낸 작가의 다짐이다”고 말했다.
이종재 기자 jhty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