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강등’, 우리는 ‘재정투입공약’ 꼭 해야 되는가?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5월 26일(월) 16:02 가+가-

지난 5월 17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의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무디스의 미국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트리플 A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 선진 13개국과 같은 안정적인 평가를 해 왔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당시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14조5800억 달러로 2010년 미국의 명목 GDP(14조 53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이후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두 번째로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이러한 심각한 국가부채 문제를 크게 개선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2일 미 의회는 2021년까지 재정적자를 최대 2조4000억 달러 감축하기로 합의했으나, S&P는 재정 및 국가부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4조 달러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초로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국가별 신용등급이 발표되기 시작한 1941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세 번째로 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리스크도 신용등급 하락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S&P는 재정정책이 정치도구로 전락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치적 갈등이 향후 재정정책 시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 포퓰리즘(populism)이다.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겠다며 대규모 재정 투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관해선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후보는 공약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정부 ‘재정 지출구조 조정 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문수 후보 역시 기존 재원을 활용해 공약에 나온 주요 내용들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후보 모두 세수 증대 등 추가 재원 마련 없이 재정 사업과 감세 등 정책을 추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후보는 더 나아가 앞서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국가 채무·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 늘려가면서 지원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빚을 안 지고 국민한테 돈을 빌려줘서 국민 빚이 늘어난다’며 국가 부채 증가를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후보 역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 데 대해선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천175조2000억 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2016∼2018년 600조 원대, 2019년 723조2000억 원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2020년 846조6000억 원, 2021년 970조7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GDP 대비 채무 비율도 2016년 34.2%에서 8년여 만에 10% 포인트 넘게 뛰었다.
향후에도 국가 채무 비율은 고령화와 성장 기조 둔화 등 이유로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며, 고령화, 복지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 우려하는 것은 후보들이 막연히 기대하는 것처럼 재정사업과 경제성장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희망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재정 적자 악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석학들은 모든 선출직들이 선거 때마다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공약을 앞 다퉈 내놓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선거를 치러야 하느냐는 논쟁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공약에 대한 법적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당선만 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약 비용이 후보자들의 개인 자금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재정지출’인 만큼 공약에 대해서는 ‘대국민 토론’이 한 번쯤은 반드시 있어야 하며, 관련 전문가들의 난상토론과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마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공항’ 확장과 신규건설은 백지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석학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거나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지만, 저성장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한국 경제도 다시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겠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반복되고,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국가채무’를 늘려 가면서 ‘재정지출’을 해야 하는 ‘공약’ 등 ‘정치 포퓰리즘(populism)’ 지출을 억제함이 우리로서는 “신용등급을 지켜갈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