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의 기다림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5월 14일(수) 15:20 가+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통 강태공이라 부릅니다. 지금으로부터 3100년 전, 주나라 문왕(文王)을 도와 세상을 평정하고 마침내 제나라의 국왕에 오른 인물입니다. 강태공 하면 ‘기다림의 미학’이 생각납니다. 강태공의 성은 강(姜), 이름은 상(尙)으로 염제 신농씨의 후손입니다. 강태공이라면 일반적으로 낚시질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때를 기다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강상은 큰 뜻을 품고 학문에 열중했습니다. 자연히 집안 살림은 부인 마씨의 차지였습니다. 마씨는 빈둥거리며 책이나 보는 여상이 불만이었습니다.
하루는 마씨 부인이 들에 일을 나가면서 비가 오면 마당에 말려놓은 갱피를 거두어 놓으라고 당부했습니다. 과연 마씨가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큰비가 내렸습니다. 들에 간 마씨 부인이 집에 돌아와 보니 마당에 늘어놓은 갱피가 빗물에 다 떠내려가고 없었습니다.
강상은 비가 오는 것도 모르고 책만 읽고 있었습니다. 집안의 살림은 더욱 곤궁해졌습니다. 마씨 부인은 더 이상 가난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가 재가를 해버렸습니다. 홀로 남은 강상은 더욱 곤궁하게 살게 되었지만 책을 읽거나 위수에서 낚시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때는 은나라 폭군 주왕(紂王)이 다스리던 시대였습니다. 폭정에 신음하던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던 무왕은 위수에서 낚시질하고 있던 강상을 만나게 됩니다. 강상은 낚싯바늘이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낚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강상의 도움으로 무왕은 주왕을 토벌하게 됩니다. 이때 강상의 나이가 80이었다고 합니다. 강상은 주왕을 토벌한 공으로 제(齊)나라 영토를 받고 제후가 되어 영지로 부임했습니다.
강상의 화려한 행차에 마씨 부인이 곤궁한 행색으로 막아섰습니다. 강상은 마씨에게 물바가지를 가져오라고 하곤 마씨 부인의 눈앞에서 쏟아버립니다. “엎어진 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마디를 남기곤 영지로 부임한 강상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궁팔십달팔십(窮八十達八十)은 강태공의 인생 역전사를 말한다. 80까지 궁했고, 80년 동안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강상이 강태공, 태공망(太公望)이라고 불리는 것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마씨 부인은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강태공을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참고 기다리면서 능력을 키운다면 언제가 좋은 날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한 아가씨를 사랑하는 총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언덕 위 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를 약속했습니다. 안달이 난 총각이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녀는 무슨 이유인지 늦습니다. 총각은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찰나에 총각에게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만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총각은 기다리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서 원하는 대로 일이 금방금방 이루어졌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소원대로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절대로 원상대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후회는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총각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소원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당장 아가씨와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랬더니만 행복한 결혼식이 즉시로 거행이 되었습니다.
아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빨리 컸으면 좋겠다. 장가를 갔으면 좋겠다. 손자를 보았으면 좋겠다. 즉시로 붕어빵이 구워지듯이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는 늙어서 죽을 날이 임박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있더니만 죽음의 사자가 데리러 왔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손으로 목덜미를 끌고서 갑니다. 발버둥을 치면서 안된다고 소리를 치다가 잠이 깼습니다. 세상이 새롭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총각은 기쁨으로 처녀를 기다렸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다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희망을 키워가기도 하고, 그 기다림 속에서 고통을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갑니다. 누구를 기다리며 살 수 있다는 그것은 그만큼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한 기다림조차 없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삭막하고, 얼마나 허전하고,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습니까! 그러한 기다림이 때로는 간장을 태우듯 온몸을 녹아내리게 하고, 뜬눈으로 밤을 설치케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래도 기다리며 살 때가 행복한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