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당국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담은 분산에너지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제도 설계가 지지부진해지며 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저렴한 전기요금을 누리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분산에너지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정 동의’를 제시하며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상정된 분산에너지법 개정안은 2건으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자급률을 고려해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 의원안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김 의원안은 ‘지방자치단체’ 전력자급률을 고려한다고 명시됐지만 사실상 내용은 유사하다.
산업부는 법안소위에서 전력자급률을 산정하는 지역적 단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전력계통의 지역적 상황이 지자체의 행정적 경계와 일치하지 않아 지자체별 전력자급률을 반영하기보다는 ‘지역별 전력자급률’ 반영이 필요하다”며 “전력자급률의 개념을 ‘지역별 전력 소비량을 발전량으로 나눈 비율’로 명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문제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시행이 임박하면서 개정안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에 속도를 내야 한단 점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올해 3권역(수도권·비수도권·제주)에 대한 전력 도매가격(SMP) 차등제를 도입하고, 내년엔 지역별 소매요금제까지 확대한다. 전력 당국은 2027년 이후엔 지역 구분을 세분화해 본격적으로 차등된 전기요금을 운영할 방침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과 타지역 간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제도다.
현재 전기요금은 단일 요금이기에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전·화력발전소 등으로 전기 생산이 많은 지역이 타지역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내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실제로 인천광역시의 경우 2023년 기준 전력자급률이 186.3%에 달한다.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1.8배를 더 발전해 인근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
반면 서울특별시는 같은 기간 전력자급률이 10.4%에 불과하다. 지역에서 발전하는 양보다 10배의 전기를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전력자급률이 높아 송배전 비용이 적은 발전소 지역은 저렴한 전기요금을 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