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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라의 현대물리학, 동서 사상의 합류점을 찾다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5년 04월 20일(일) 15:21 가+가-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당신은 자본주의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1990년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한 이래 자본주의는 성장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승자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소수에게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었지만 다수의 삶은 피폐해졌고 불평등은 늘어났다. 더구나 자연의 파괴와 기후위기를 초래하고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인간의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가치체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근대 이전, 동양과 서양은 자연을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여기는 소위 ‘유기체적 세계관’이 지배했다. 자연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유기적 세계관은 인간에게 자연이란 소유와 지배가 아니라 존중과 공존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대의 과학 혁명을 이끈 인간 중심의 과학적 사고는 ‘자연과 생명’을 단순한 기계로 취급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낳았다.
카프라가 비판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16C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등 천문학자들에 의해 우주를 생명이 없는 ‘죽은’ 물질의 기계적 운동으로 본 것에서 유래하였고, 이것이 17C 데카르트 등이 세계를 정신과 물질로 분리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자리한 것이었다. 이로부터 세계는 생명의 다양성이 아니라 ‘물질’이라는 단일 범주로 균질화되었고, 물질과 기계적 운동으로 보는 시각이 유기체적 세계관을 대체한 것이다. 결국 기계론적 세계관은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고, 그 ‘힘’은 ‘참다운 지식’으로서 과학기술이었다. 이러한 사상이 자본주의 체제를 뒷받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1960년대 신과학운동을 이끌었던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물리학자이자 시스템 이론가 및 심층생태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1939~)는 그의 저명한 저술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The Tao of Physics(1975)에서 근대의 전통 과학의 근본적 한계와 맹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였다.
카프라는 자본주의를 비롯한 서구문화가 데카르트의 전통적인 ‘선형적 사고’와 ‘기계론적 관점’을 포기하고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근대과학의 기계론적 사고의 핵심에 자리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것의 분자나 원자 등 부분과 요소를 연구하면 된다’는 ‘환원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며, 그 대신 ‘전체론적 접근’을 권장한다. 전체론(holism)은 한 기관(생물, 화학, 사회, 경제, 정신, 언어 등의 영역)을 일부 구성 요소를 통해 온전히 설명될 수 없다고 보는 사상이다. 즉 부분이 기관 전체의 동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전체가 부분의 동작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생태학자로서 카프라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전체론적인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으로부터 기계론적 세계관이 빚어낸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상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옴살스런 전체(wholeness)로서의 시스템이 갖는 ‘내적 역동성’과 ‘다층구조’에 자리한 ‘스스로 짜짓기’를 이루는 주체가 바로 인간의 마음 혹은 우주적 정신임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마음이 사회라는 시스템의 정신계에 포함되며, 나아가 생태계 전체의 정신계로 유입되어 결국 우리가 전 우주의 마음 안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의 물리학적 해석을 통하여 현대물리학의 상대성 원리나 양자역학에 드러나는 미시 세계의 자연상과 동양의 종교나 철학과 합류점을 발견한다. 즉 힌두고, 불교, 역(易)사상과 도교 사상에 깔린 전일적(全一的) 과정으로서 자연관이 현대물리학의 자연관과 거의 일치한다는 탁견이다.
그러나 전일적 세계관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목전에 전개되고 있는 자본주의 문명과 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을 요구하고 있는 처지에서 말이다. 우리에게 자연계 진화의 100만 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서구의 몇몇 과학자나 환경주의자들에게 동양의 전체론적 세계관이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서세동점의 역사 속에서 동양 사회 어느 구석에 환경문제가 없는 곳이 있는가? 우리는 이미 인류 보편의 환경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카프라가 발견한 동서양의 합류점 어디에도 문명의 병폐를 일시에 극복할 실효적 대안은 없다.
하지만 칸트의 말처럼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고,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다’ 우리들이 카프라가 밝힌 현대물리학과 동양철학의 합류점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를 새로운 문명 전환의 전제와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로부터 과학 기술 만능주의가 빚어낸 기계론적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한 동양적 해방(解放)의 길이 명료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모든 사물과 사건은 근본적인 통일체 간의 상호 연관성이 존재한다. 또한 각 개인의 내적 자아는 우주 전체의 통일체와 긴밀한 연관이 존재한다. 우리의 신체, 감정, 생각, 행동, 그리고 사회적 맥락이 통합된 전체라는 말이다. 이것이 ‘옴살스런 생각’과 ‘옴살스런 실천’이 가능해진다. 이것을 나로부터 시작하자. 그래서 이웃과 세계를 향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도록 하자.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의 모든 측면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무리 작은 실천이라도 반드시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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