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 동안 건설업의 숙련기능인력 양성체계를 강화하고 불법하도급을 엄단하는 등 일자리 질 개선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올해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25~2029년)’을 의결했다.
건설업은 취업규모와 취업유발계수가 큰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이자, 높은 생산유발 효과로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설근로자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건설업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낮은 임금·복지와 낮은 안정성, 높은 사고 위험 등으로 인력 유입이 저조하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종료된 제4차 기본계획 이행 여부를 평가하고, 새롭게 5차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정부는 중점 추진 과제로 ▲신규인력 유입 및 성장 지원 ▲숙련기능인력 양성 지원체계 강화 ▲기본적 근로여건 보장 ▲외국인력 도입 관리체계 정비 등 4가지를 설정했다.
우선 신규인력 유입을 위해 생애주기에 따른 개인 맞춤형 경력개발 서비스를 집중 제공하고,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청년과 여성의 취업기피가 두드러지는 업종이다. 이에 청년 유입을 위해 직업계고등학교와 자립지원전담기관, 탈북민 취업징원기관 등과 협업하고 미취업 청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취업희망자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성의 경우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해 건설업 취업 희망자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 직종별 직업정보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입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롤모델’을 발굴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건설업 유입이 낮은 이유가 낮은 임금이라는 점에 착안해, 임금이 높고 향후 숙련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내선전기와 건축배관 등과 같은 유망직종을 우선 개발할 예정이다.
건설업 숙련기능인력 양성도 강화한다.
당초 정부는 4차 계획에 숙련기능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능등급제’를 도입했으나, 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유인 방안 마련이 미흡해 제도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기능등급이 수요자가 원하는 역량을 반영하고 근로자의 실무능력에 대응할 수 있게 그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는 초급→중급 3년, 중급→고급 9년, 고급→특급 21년이지만 승급에 필요한 최소 경력연수를 조정하고, 상위등급 승급 요건에 ‘팀반장’ 경력을 추가하는 등 역량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등급제 활용 유도를 위해 건설업 등록→입찰→시공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능등급제 교육을 확대하는 등 숙련기능인으로서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근로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적정 노무비를 확보하고, 장기근속 유인과 퇴직공제금 보장성을 강화한다.
정부는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일정규모 이상 민간공사에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임금청구 누락방지를 위해 출퇴근시간을 기록하는 전자카드와 대금지금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내년부터는 7년 이상 장기 근무 일용근로자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특별퇴직공제금을 2배 이상 상향한다. 기업단위의 복지 지원이 어렵다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건설근로자공제회 복지사업의 수혜대상과 사업유형을 다양화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공제금 가입 대상 공사도 현행 50억원 이상의 민간공사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불법하도급에 대한 관리의무 확대가 담겼다. 발주자와 도급인, 수급인 모두에 대해 불법하도급을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불법하도급 시 벌칙·과징금 상향, 공공공사 참여 제한범위 확대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에 대한 관리체계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불법취업 외국인력을 막기 위해 연 2회 정부합동단속에 건설현장을 집중 점검하고, 건설업 고용허가 사업장 점검에서도 불법취업을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인력수급을 위해 외국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업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E-7-3 비자는 건설현장에서 인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3개 공종에 대한 도입을 우선 검토할 예정이다.
재외동포(F-4) 비자 취업범위를 확대하고 건설업 등 방문취업(H-2) 비자로 취업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종 취업을 허용한다. 내년에는 국적에 따라 이원화 돼 있는 F-4 비자와 H-2 비자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심의회에서 ‘2025년 일자리 상황 및 대응방향’도 함께 논의했다.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고용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1분기까지 120만개 직접일자리를 신속 채용하고, 내달 19일~20일에는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한국형 청년 취업지원 보장제’를 통해 5만명의 청년에게 졸업 후 4개월 내 조기 개입해 1대 1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시·경력직 채용 경향에 대응해 5만8000명의 청년에게 일경험 기회도 제공한다. 중장년에게는 연령대별로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고용24를 통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센터 상담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고용영향평가 과제도 선정됐다.
인구 분야에서는 ▲취업지원 전달체계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늘봄학교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의 고용영향이 연구될 예정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AI 바우처 지원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창업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 정책의 고용영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지역 분야에서는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의 고용영향 ▲지역 주도 지방소멸 대응 정책에 대한 지원(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 ▲영종도 복합리조트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 조성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일자리 여건과 고용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위원들이 풍부한 현장경험과 전문가의 식견을 제시해주시길 기대한다”며 “청년·건설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 지혜를 모을 때다. 오늘 논의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고용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재 기자 jhty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