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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증후군 신조어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5년 02월 18일(화) 16:06 가+가-
‘태양은 가득히’(1960년)는 미남 배우 알랭 드롱의 영화다. 영화가 상영되면서 신조어 ‘리플리 증후군’을 만들었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인다. ‘태양은 가득히’가 나오기 전 리플리 증후군을 다루는 소설<재능 있는 미스터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에서 비롯된다.
리플리 증후군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다. 무려 20여 개 종류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대 사회에서 관심거리며 작가에게는 호기심의 테마다.
‘태양은 가득히’ 영화는 뉴욕의 평범한 청년 톰 리플리(Tom Ripley)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부와 명예를 동경하는 야망을 품고 산다. 어느 날 리플리는 부유한 사업가 허버트 그린 리프로부터 아들 딕키 그린 리프를 이탈리아에서 뉴욕으로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톰은 딕키와 그의 약혼녀 마지와 어울리며 그들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한다.
그러나 딕키가 톰을 의심하고 멀리하자, 톰은 딕키를 살해한다. 딕키의 신분을 훔쳐 삶을 대체하기 시작한다. 딕키의 목소리, 행동, 필체 등을 완벽히 모방하며 거짓된 정체성을 유지하며 지낸다.
영화는 톰이 자신의 허구적 세계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과 범죄를 반복하며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빠져드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톰 리플리는 자신의 현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거짓된 삶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는 리플리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영상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탐욕, 허영, 질투가 얽힌 인간 심리를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한다. 알랭 드롱의 미남 배우라는 인기몰이도 크지만, 영화의 소재가 당시 시대상에는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열광을 받았다.
언 듯 보기에는 리플리 증후군은 정신 질환의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아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정신 질환이 되려면 해당 증상으로 사회, 직업, 가족 기능 등 일상에 장애가 발생해야 한다”라며 “리플리 증후군만 놓고 보면 정신 질환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DSM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이나 WHO(세계보건기구)의 질병분류 코드 등에서 리플리 증후군 내지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정신적 상태에 관해서 규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신정아 사건 등 무슨 사기꾼 사건만 터지면 영화를 안 본 언론들이 ‘영화 리플리’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잘 못 적는 일이 꽤 자주 있다. 리플리 증후군이 도시의 전설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없는데 이를 간파했다며 병명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토론하면서 당신의 생각을 추정하건대 그렇게 볼 수 있다는 단정하는, 경우가 있다. 유시민 작가는 상대의 마음에 들어와 보지 않고 타자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토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한다.
‘망상장애’가 거짓과 진실을 믿는 사람의 특징이라고 잘 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망상장애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믿는 증상이 아니다. 거짓말과 착각, 잘못된 믿음은 전혀 다르다. 만일 K라는 사람이 잘못된 정보나 가짜 뉴스, 착각이나 오해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참이 아닌 내용을 진짜라고 믿으며 그 내용을 말했을 경우, 우리는 K가 속아 넘어갔다가 잘 못 알았다고 여길 뿐 K가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망상장애의 경우에는 환자가 정상적인 사리 분별이 불가능해, 현실상 참이 아닌 내용을 사실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망상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해괴한 내용일 경우에는 ‘조현병’으로 진단한다.
언론은 사건을 보도할 때 DSM을 검색해 보거나 정신의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한 번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알랭 드롱이 출연한 ‘태양은 가득히’ 영화가 만들어지며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지만 결국 그것은 병명이 아니라는 것이 재미있는 상식이다.
그렇다. 리플리 증후군은 병은 아니다. 다만 사회의 혼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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