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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시인 이상, 가왕 김광석 한(恨), 그들의 생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5년 02월 11일(화) 15:59 가+가-
김광석 음악가와 이상 시인은 표층적인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예술방식에서는 몇 가지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 시인은 기존 시적 문법을 무시하거나 수학 기호를 포함하는 등 문학적 체계를 무시한 새롭고 실험적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김광석 역시 사람 안의 술렁거림, 창법으로 기존 대중음악의 틀을 벗어난 소곤거림을 선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내면 밀 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뛰어났습니다. 이상의 작품은 극단적으로 주인공 내면에 치중, 자폐적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김광석의 노래 역시 개인이 앉고 있던, 햇빛의 상처와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이상과 김광석 모두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갈등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이상은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정체성의 분열을 겪었습니다. 김광석은 1980년대 유신 정권 시기에 민주화 열망의 광장을 과감한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예술가는 모두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그들 작품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상(1910~1937)은 27세의 나이로, 김광석(1964~1996)은 32세의 나이로 별이 되었습니다.
이상은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존재 미학적 글쓰기를 시도했습니다. 김광석 역시 흔들린 세상 경험을 녹여 곡을 쓰며 삶에 대한 깊은 혼란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이처럼 김광석과 이상은 시대와 장르는 달랐지만, 예술을 통해 내면과 시대를 표현하고 다듬질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작품은 모두 독특한 개성과 깊은 감수성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한국 문화예술사에 독한 치사량(致死量)을 가져 왔습니다.
김광석이 이상 시인의 시를 직접 음악으로 표현한 곡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광석은 다른 시인들의 시를 노래로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의 시에 김광석이 곡을 붙였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류근 시인의 시를 김광석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나무’ 김윤성 시인의 시에 한동헌 (작사, 작곡가)이 멜로디를 붙인 곡을 김광석이 불렀습니다.
‘회귀’ 김지하 시인의 시에 황란주가 작곡한 곡을 김광석이 노래했습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살펴도 직접 적으로 이상 시인의 시를 통해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결을 분석하면 유사점들이 발견되는 것을 알게 합니다.
이상 시인이 기존의 문학적 체계를 벗어난 실험적인 시도를 보입니다. 김광석 역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독특한 솔과 창법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의 층층 한 문체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선구적 자질을 보여줍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도 김광석은 내면 감정을 접거나 펴는 방법이 익숙함을 보입니다.
이상 시인이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숨 가뿐 분열을 겪었듯,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도 김광석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한(恨)을 적절히 꺼내는 솜씨를 발휘합니다.
이상 시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매우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합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햇살이 눈 부신 곳” 등의 표현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공간을 나타냅니다.
두 사람은 작품에서 인간의 흘러내려 가는 모습을 유유히 담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도 화자는 삶을 뒷걸음 치면서도 소망의 모습을 보이려 애를 씁니다. 다른 시대에 살았던 김광석이 이상 시인과의 관련된 흔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두 예술가의 작품에서 한이 표백되어 흘렀습니다. 한국 문학과 음악의 맥락에서 두 예술가가 공유하는 예술적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김광석의 음악은 이상 시인의 작품처럼 갈피 잡기 힘든 인간 조건을 다룹니다. 사랑, 이별, 청춘, 고뇌 등 모든 사람이 겪는 경험을 통해 인간의 부우연 노을을 그려갑니다.
두 예술가는 각기 다른 시공과 무대에서 설움과 소망을 깊이 있게 탐구했음을 보여줍니다. 예술이란 직접적 영향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게 깊숙한 한(恨)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미학을 모티브로 삼아 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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