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푸의 성자 쿵쯔(孔子), 생태주의를 말하다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5년 02월 02일(일) 15:53 가+가-

호모사피엔스가 약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이래 인류는 때로 자연과 원초적으로 공존하기도 하고, 자연의 세계에 대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환경철학에서는 전자를 ‘생태중심주의’라 하고, 후자를 ‘인간중심주의’라고 한다. ‘생태중심주의’란 ‘인간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 전체를 통합된 하나로 보고, 자연 그 자체가 본래적 가치를 지녔다’고 보며,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자 궁극적 목적으로 인간 외의 모든 존재는 도구와 수단이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분은 미국의 철학자 조세프R. 데자르댕의 (환경윤리, 1993년) 분류로, 주로 오늘날 생태 위기를 초래한 서양 문명과 철학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동양의 유불도의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2500년 전 중국의 전통 학문을 집대성하고 유학을 창시한 노나라 취푸(曲阜)의 쿵쯔에게 생태계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자연관은 생태철학의 요소가 짙은 ‘주역’에 대한 해설서에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구의 환경윤리에서 유학은 ‘인간중심주의’로 평가되어 ‘생태중심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유학의 인간과 대자연의 전체론적 세계관을 단순히 인간중심주의로 취급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필자는 쿵쯔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만큼 1천 번을 읽고, 10권의 해설서를 지었다는 ‘주역’의 ‘생생과 화육의 원리’, ‘대아 실현의 원리’, 그리고 ‘다양성과 감응의 공생 원리’를 통하여 그의 생태주의적 면모를 분석해보았다.
‘주역’에서 대자연은 모두 천지의 낳고 낳는 생생(生生)과 감응의 작용을 통해 위대한 생명이 탄생하고 양육하는 존재이다. 생명을 낳고 낳는 천지의 입장에서 동식물을 포함하여 인간은 동일한 생명 가치와 존엄성을 타고난다. 그러므로 쿵쯔의 십익(十翼)에서 대자연은 결코 인간 욕구 충족의 도구나 수단으로 간주하는 인간중심과는 거리가 멀다. 쿵쯔는 오히려 척박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우환을 극복하기 위하여 천지의 가장 큰 성능인 만물 생성의 덕성과 화육의 정감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만이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니라 천지에 의해 생명과 본성을 받은 생태계 모두가 그 자체로서 본래적 가치를 가진 생태주의 입장에 선 것이다.
‘주역’에서 인간은 대자연의 정복자나 지배자가 아니다. 인간을 대표하는 군자는 천지의 생명의 본질은 물론 자신이 부여받은 생명의 본질을 자각하고 수행함으로써 생태계 즉 천지의 덕성과 도덕적으로 하나 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다. 이때 군자는 지극한 정성으로 자기 생명의 본질을 성취하고 동시에 자연 만물의 생명도 성취시키는 천지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대인으로서 ‘대아’를 실현할 수 있는 존재다. 쿵쯔가 강조한 대아 실현의 원리는 소아의 자아 생명(욕구)의 실현에 머물지 않고 자아의 인격적 확장을 통하여 ‘천지와 덕을 합하고, 일월과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질서를 합하여’ 대인에 이르는 길이다.
생태계는 180만 종이라는 생물종이 공존하고 있다. 생태학에서는 생물종의 풍부함과 다양성이 ‘생명의 가치 실현’에 공헌한다. 생태계의 전체 시스템에서 보면 모든 생명의 실현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생’으로 연결된다. ‘주역’에서 다양성은 천지 음양의 감응에서 만물로 나아가, 각기 본래적 가치를 지니며, 이 감응은 팔괘로 대표되는 물상에 집약된다. 결국 천지 감응으로부터 만물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감응이 상호 인과적 계기가 된다. 말하자면 세 가지 생태원리인 다양성, 감응, 공생이 서로 맞물려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게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쿵쯔의 상생과 사랑의 원리인 ‘인(仁)’이라는 보편성으로 귀결된다.
앞서 우리는 쿵쯔가 ‘주역’을 통해 바라본 인간이 결코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해로운 암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이에 쿵쯔가 통달하였다는 ‘주역’과 그의 해설서를 통하여 생생과 화육, 대아 실현, 그리고 다양성과 감응이라는 세 가지 생태원리를 통하여 그가 철저한 생태주의적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쿵쯔는 천지의 낳고 낳는 생생(生生)과 감응의 작용이라는 생태원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대자연의 생명 정신을 나의 내면에서 발견하고, 이를 확장하여 천지의 만물을 낳고 기르는 마음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지향한 것이다. 또한 쿵쯔는 인간이 천지의 생명과 자신의 생명이 전체로서 하나임을 깨닫고 수행을 통해 천지와 덕성과 하나가 된 삶을 영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이 천지의 일에 동참하고, 대아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쿵쯔는 ‘주역’에서 천지 감응으로부터 만물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감응의 상호관계를 밝히고, 더불어 공생이 서로 맞물려 궁극적으로 상생과 사랑의 원리인 ‘인(仁)’이라는 보편성으로 귀결된다는 독특한 생태주의를 견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