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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와 신기루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12월 18일(수) 16:32 가+가-
암벽 등반에 쓰이는 도구 중 ‘카라비너’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이 카라비너가 지탱하는 무게는 국제등산연맹의 규격에 의해 고리가 긴 방향은 6000kg의 무게까지 지탱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등산이나 암벽을 타는 사람들에게 카라비너는 생명과 연결된 고리인 셈입니다. 그러하기에 카라비너에 대한 규격 또한 엄격하게 규제합니다.
카라비너는 크기도 작고 그리 무겁지도 않다. 하지만 무언가가 카라비너에 연결이 되어 있을 때 이 작은 카라비너에서는 엄청난 힘이 발휘됩니다. 사람의 생명까지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카라비너와 연결이 되어 있을 때입니다.
‘카라비너’에 연결되면 아무리 험한 암벽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안전하게 암벽을 오를 수 있습니다. 이 카라비너와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한 암벽 등반가들은 험한 산도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카라비너가 지켜주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나에게 연결의 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내 주위에 ‘카라비너’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학자이며 군인이자 저술가인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Thomas Edward Lawrence)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그는 1919년 파리에서 개최된 평화 회담 때에 아랍 대표들과의 중재 역할을 맡는 특별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는 아랍 대표들을 위해서 프랑스의 최고급 호텔에 방을 예약해 놓고 그들에게 프랑스의 유명한 명소를 관광시켜 주었습니다.
그들은 관광했던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의 유명한 명소보다도 호텔의 목욕탕을 훨씬 더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물이 아주 귀한 사막 지역에서 온 아랍 대표들에게는 조그만 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나오는 호텔의 목욕탕이 너무도 신기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목욕탕을 볼 때마다 “야, 여기 이런 신기한 것이 있었구나!” 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담이 끝날 무렵 로렌스에게 그들이 묵고 있던 호텔의 직원이 황급히 찾아왔습니다.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로렌스 경, 지금 아랍 대표들이 호텔의 목욕탕을 다 뜯고 있습니다. 빨리 와 보십시오” 그래서 달려가 보니 그들이 정말로 정신없이 목욕탕을 뜯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황급히 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왜 목욕탕은 모두 뜯고 있습니까?”
그러자 아랍 대표들은 “이것을 다 뜯어서 아라비아로 가져가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대답에 당황한 로렌스는 자세한 내용을 차근차근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의 대답은 정말 황당했습니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이 목욕탕은 정말 인기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놀랄 겁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 목욕탕을 놓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쏟아질 테니까요” 속사정을 들은 로렌스가 아랍 대표들에게 목욕탕에 물을 공급해 주는 수도관이 따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 설명했답니다.
영국 프롬 마을에서는 서로 연결함으로써 응급실 입원율이 줄었다고 합니다. 연결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것입니다. 뇌졸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A 씨는 한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서너 달이 지나니 아내가 헤어지자고 하여 갈라섰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상태였죠. 하지만 마을에 있는 공공 작업장에 나가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자원봉사에도 나서게 됩니다. 작업장에서 사귄 두어 명은 아무 때나 전화해서 뭐 하냐고 물으면 별일 없다면서 A 씨를 찾아온다고 합니다. A 씨도 작업장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면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지 알 수 없군요. 우리나라 같으면 고독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을 나타내는 한자 ‘人’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도 됩니다. 두 개의 (선) 획은 두 사람을 나타내는데 그 얘기는 이러합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는데 돌에 걸려서 엎어지려고 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손을 내밀어 잡아 준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혼자서 아무리 잘해도 넘어설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에 서로 연결해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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