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버려야 할 구시대 유물이다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12월 09일(월) 16:38 가+가-

우리는 지난주에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계엄해제요구안’ 국회의결”, 그리고 계엄해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돈의 시간을 동시에 접해본 고뇌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또한 아직도 싸움하는 성숙되지 못한 민주주의, 취약한 민낯,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확인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탄핵은 국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을 파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여 자칫 오·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큰일을 그르칠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엄령’도 내릴 수 있지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감방에 간 사람도 ‘특별사면’이라는 제도가 있어 사면을 시키고 자격정지를 당한 사람도 복권을 시켜주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 특별사면과 복권은 일종의 대통령의 은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작금의 사회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꼭 존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의 군사정부 시절에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시국사범, 민주인사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여 없는 죄를 조작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시키는 등 만행을 저질렀던 어두웠던 당시를 늦게나마 치유해 주었던 순수한 의미로 ‘특별사면’을 하고 ‘복권’을 시켰던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오남용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불필요한 구시대적 유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특별사면의 목적을 살펴보면 사회통합과 갈등 조정이다. 그러나 역대 ‘특별사면’ 가운데 갈등을 조정하고, 잘못된 판결을 수정하는 긍정적 기능을 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치인과 재벌 총수들이 받아야 할 처벌을 면제해 주는 사면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 통합’ 등을 내세워 특별사면을 단행해 왔지만, 그동안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번에 복권된 전 경남도지사처럼 대상자 선정 관련해서 정계에선 적절성 공방이 벌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지사가 민주주의 파괴라는 중대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반성까지 없다는 점 등을 내세워 복권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였으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세력에게 사면·복권이라는 선물보따리를 안겼다”며 사면이 불공정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상황과 논란에 따라 사면권 제도의 ‘폐지’나 ‘제한’ 등 개선점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13일 ‘특별사면권’이 소수 특권층을 위한 ‘범죄세탁소’로 전락하기도 했으며 권력자의 측근 챙기기와 당파 간 흥정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게 사실”이라며 특별사면제도의 완전 폐지까지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도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복권 권한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특별사면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견제하기 위해 사면법 개정 등을 통한 통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법치국가의 기본 전제에 맞지 않는 ‘특별사면’은 제한돼야 한다.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면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없애고 ‘특별감형권’만 남기는 방안이 가능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리처럼 사면권 행사에 제약이 없는 점과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죄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한 5년이 지나야 사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칙으로 정해 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공 부패 범죄나 중대한 경제범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1989년 이후 미 대통령 가운데 최소 건수의 사면(64건)을 했다. 프랑스도 부정부패 공직자나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을 금지한다.
이렇게 꾸준히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특별사면’은 계속 시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국사범들도 아니고, 자기 유익을 위하여 범법자가 되어 어쩌면 파렴치범이라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자임에도 ‘자기 사람사면’, ‘약속사면’, 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하는 ‘쾌속사면’등으로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특별사면’제도는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특별사면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 죄를 뉘우치거나 반성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양심 있는 인격체로 존중받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이 사회의 암적인 파편처럼 곳곳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선량한 인격체에 상처를 입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하는 것을 인식하자. 이런 자들이 지도자 반열에 올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촌극은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특별사면제도’는 수명을 다한 나무로 베어내는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 선출의 제1덕목은 “윤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