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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대기 오염을 걱정한다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4년 12월 01일(일) 15:16 가+가-
올겨울에도 출근하기 전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앱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이미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1급 발암물질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세먼지에 노출되어있고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기, 천식, 기관지염, 폐암을 걱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가정마다 대기 오염 자가 측정기를 보유하고 외출시 방독면을 비치해야 할지도 모른다.
1930년 12월, 벨기에 뮤즈 계곡에서 세계 최초 대기 오염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무풍과 기온 역전으로 인근 공단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와 황산화물이 축적된 나머지 이틀 만에 6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유사한 사건은 멕시코 포자리카(1950. 11), 영국 런던(1952. 12)에서도 이어졌고, 그 공통점은 겨울철이었고, 그 원인이 ‘황산화물’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런던 스모그는 2개월 내 1만 2000명이나 사망할 만큼 가공할만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1954년 LA스모그는 자동차 배출 가스로 인하여 폐질환, 안질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
인류는 일련의 대기오염 사건에도 이렇다 할 경각심마저 갖지 못하다가 ‘오존층 파괴’로 비엔나 협약(1985)과 몬트리올 의정서(1987)를 발표하였고, 교토의정서(1997)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도시민 10명 중 9명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고, 대기 오염으로 연간 700만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2013년 발암물질로도 지정된 미세먼지다.
그러나 대기 오염이 초래한 또 다른 비극이 있다. BBC Future 멜리사 호겐붐에 따르면, 대기 오염이 판단 오류, 정신 건강 문제, 학업 부진, 높은 범죄율 등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런던 정경대의 세피 로스 박사는 2018년 대기 오염의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호흡기나 폐질환 외에도 ‘인지 수행 능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확인하였다. 로스 박사팀은 런던 600여 선거구의 법죄 데이터와 공기질에 따른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에 범죄율이 더 높아졌고, 학생들도 현저히 나쁜 성적을 냈다고 발표하였다.
같은 해 MIT의 잭슨 루 박사팀은 미국 전역 9000여개 도시의 “대기 오염이 살인, 강간, 강도, 차량 절도, 폭행을 포함한 6개 중범죄 발생률을 높였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남가주대 다이아나 유난 박사팀은 PM2.5의 미세먼지 오염이 해당 지역 청소년의 비행을 현저히 늘렸으며, 성적 부진과 졸업 이후 구직난, 약물 오남용에 빠질 우려를 확인하였다. 심지어 오염에 대한 노출이 공격성과 무책임한 행동을 낳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결국 대기오염은 뇌염과 함께 뇌의 전두엽을 손상시켜 충동 조절, 관리 기능, 자기 통제 등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오염된 대기에 대한 노출을 조절해야 하며, 정부 또한 대기 오염 억제할 강력한 규제 등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대기 오염도’를 예보하며 공기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후차량 규제나 사업장마다 연도별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여 관리하는 ‘대기 오염 물질 총량 관리’라는 선진 환경관리제도의 도입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조기 폐차의 경우 총 대상 물량 125만 7000대 중 18만대(지원률 14.3%)에 이른다. TMS 설치 또한 전국의 해당 사업장 총 6만 6422곳 중 불과 943개소에 설치되었다.(설치율 1.8%)
이러한 수치로도 국민의 건강을 돌봐야 할 정부의 책무를 다한 것일까? 정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그럼에도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을 국가나 기업의 책무로만 돌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없다. 지구생태계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대기 오염의 수준을 감시해야 하며, 자신부터 오염을 심화시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몸과 두뇌의 건강을 위하여 지금 당장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숲을 보호하고, 재활용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하루빨리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자전거고속도로(CRT)위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는 생태 친화적 독자 여러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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